중국 신예기사 10소호 '포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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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펑췐3단, 한국의 4천왕 유창혁9단 격파!

콩지에(孔杰)5단, 한국의 바둑황제 조훈현9단 격파!

6소룡 대신 10소호. 중국바둑계는 요즘 한국의 4인방을 잇달아 꺾으며 공한증을 씻어주고 있는 신예기사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있다.

화려하게 등장했던 중국의 6소룡(小龍)이 한국의 이창호9단에 밀려 천하제패의 꿈이 시들어갈 무렵 10소호(小虎)가 등장했다.

염원을 포기할 수 없는 중국은 이번엔 '10소호(小虎)' 에 기대를 걸고 있다.

10소호란 꼭 10명을 말하는게 아니라 나이 어린 정예기사, 즉 다수의 작은 호랑이들을 의미하는 중국식 표현이다.

그 선봉엔 펑췐3단과 콩지에5단이 있다.

이들은 요금 열리고 있는 제2회춘란배세계대회에 중국대표로 나와 한국기사들을 잇달아 물리쳐 중국바둑의 '공한증(恐韓症)' 을 깨끗이 씻어주었다.

콩지에5단은 첫판에서 조선진9단을 꺾더니 16강전에서 최명훈7단, 그리고 지난달 28일 상하이(上海)에서 벌어진 이 대회 8강전에서 조훈현9단마저 격파하고 준결승에 도약했다.

이 대회 직전까지만 해도 전혀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펑췐3단은 첫판에 차민수4단, 16강전에서 유창혁9단을 꺾어 세계바둑계를 놀라게 했다.

그는 8강전에서 일본의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9단에게 패해 준결승 진출은 좌절됐지만 이들이 보여준 대활약은 '한국 격파' 에 목말라있던 중국 바둑팬들의 갈증을 씻어주기에 충분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 두사람이 중국 내에선 결코 비중있는 신인이 아니라는 데 있다.

지난해 중국 신인왕전은 후야오위(湖耀宇)5단과 치우쥔(邱俊)5단이 대결하여 후야오위가 우승했다.

또 NEC배 신수전은 쉰엔(董彦)6단과 양쓰하이(楊士海)8단이 대결하여 쉰엔6단이 우승컵을 차지했다.

올해 신인왕전에선 또 류스전(劉世振)5단이란 신예가 등장하여 중국의 후지쓰배 대표였던 딩웨이(丁偉)7단을 완파하고 우승했다.

중국의 신예들은 넓은 땅덩어리 안에 수도 무궁무진하고 강자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멀리서 대국에 참여하려면 3일씩 기차를 타야하기 때문에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다가도 국가대에 들어가는 순간 강자로 돌변한다.

중국의 6소룡 중에서 선봉장이었던 창하오(常昊)9단은 중국에서 1, 2위를 다투기는 하지만 한국의 4인방에겐 역부족임이 드러났다.

그 다음의 저우허양(周鶴洋)8단 역시 이창호9단에게 강한 면이 있지만 다른 한국 강자들에겐 잘 안된다.

중국바둑은 전통적으로 한국에 약하고 특히 서봉수9단처럼 실전형의 기사들에게 약점을 노출해왔다.

그러나 지금 등장하고 있는 새로운 신예들은 한국바둑을 집중 연구한 탓인지 색다른 기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에는 "바둑이 강해지면 국운도 강해진다" 는 말이 전해져 온다.

종주국을 자처하는 중국은 이제 10소호에 천하제패의 위업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 신예들과의 일전은 숙명적이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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