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金 '부적절한 로비'…국가기밀 유출 없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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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문민정부 시절 국방부장관 등 고위 인사들이 여성 무기거래 로비스트와 공사(公私)를 구분할 수 없는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상대가 철저하게 외국 무기상의 이익을 위해 뛴 로비스트였다는 점에서 관련 인사들은 고위 공직자답지 못한 처신을 보였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또 이 과정에서 고위 인사들이 린다 김에게 군사기밀을 유출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 정종택씨〓린다 김이 정.관계 고위 인사들을 만날 수 있었던 데는 정종택 전 환경부장관의 역할이 컸다. 16대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충북 청원에 출마했다 낙선한 3선 의원 출신이다.

鄭씨는 정무장관으로 재직하던 1988년 당시 야당 S의원으로부터 린다 김을 소개받았다.

린다 김은 자신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 박사학위를 받은 사업가라고 소개한 뒤 "어머니가 장관님과 본관이 같고 나는 조카뻘된다" 며 鄭씨를 '아저씨' 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鄭씨는 96년 7월 린다 김이 불법 로비 혐의로 기무사의 조사를 받을 때까지 후원자 역할을 하면서 금진호(琴震鎬).이양호(李養鎬).김윤도(金允燾)씨 등에게 린다 김을 '미국에 사는 조카' 로 소개했다.

◇ 이양호씨〓이양호 전 국방부장관은 96년 3월 서울 H호텔 일식당에서 고교 선배인 鄭씨의 소개로 린다 김을 만났다.

린다 김은 저녁 식사에 계속 초대하고 호텔방 번호와 전화번호를 적어주는 등 李씨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섰고 李씨는 결국 만난 지 한 달도 안돼 린다 김에게 개인적 감정을 담은 편지를 보내는 관계로 발전했다.

李씨는 96년 10월 헬기 도입과 관련, 대우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李씨는 최근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사기꾼 여자에게 이용당했다" 며 과거의 행동을 후회했다.

◇ 황명수씨〓황명수(黃明秀)전 국회 국방위원장은 "96년 초 같은 신한국당 소속 금진호 의원이 국회에서 '잘 아는 여자 무기상이 있는데 무기거래와 관련해 설명할 것이 있다고 하니 만나달라' 고 부탁해 린다 김과 단 둘이 호텔에서 만났다" 고 설명했다.

黃씨 역시 이후 린다 김을 자주 만나며 그를 도와 주었다. 린다 김은 국방부장관과 국방위원장이라는 국방 분야 두 거물을 막강한 배경으로 과시할 수 있었다.

黃씨는 현재 새천년민주당 고문이다. 黃씨는 "김윤도.정종택.린다 김과 함께 식사도 했다. 그러나 돈을 받은 사실은 없다" 고 주장했다.

◇ 기타〓노태우(盧泰愚)전 대통령의 동서인 금진호 전 상공부장관은 무역협회 고문이던 90년 정종택씨의 소개로 린다 김을 만났다. 琴씨는 "린다 김과의 관계는 사생활" 이라고 주장했다.

역시 사돈인 정종택씨의 소개로 린다 김을 알게 된 김윤도 변호사는 무조건 "모른다" 고 취재를 아예 거부했다. 린다 김에게 개인적 편지를 자주 보낸 장관 C씨는 "사적인 관계" 라고 설명했다.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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