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후변화위 의장 “세계 정상들 합의 못하면 수억 명 난민 발생할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개막을 하루 앞둔 6일(현지시간) 한 사람이 코펜하겐 시내에 있는 건물 외벽에 ‘당장 기후변화를 막으라’고 써 있는 대형 포스터를 붙이고 있다. 포스터 속 그래프는 ‘함께 노력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면 기온 상승 폭을 낮출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코펜하겐 로이터=연합뉴스]

제1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가 7일 오전(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막했다. 코펜하겐 벨라 센터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개최국인 덴마크의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총리를 비롯한 세계 192개국 대표단과 국제기구 관계자 등 1만5000여 명이 참석했다. 개막식은 폭풍과 사막으로 뒤덮인 지구 최후의 날을 맞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짧은 영상물 상영으로 시작됐다. 영상물에서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 라젠드라 파차우리 의장은 “세계 정상들이 오늘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수억 명의 난민이 발생할 것”이라며 “제발 지구를 구하는 데 도움을 달라”고 호소했다. 코니 헤데하르트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 의장은 연설에서 “이번이 기회다. 이를 놓치면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 몇 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에는 당사국 총회와는 별도로 합의안 초안 등을 놓고 구체적인 논의를 벌일 UNFCCC 특별작업반도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갔다. 특별작업반은 각국 실무진들이 모여 15일까지 이번 회의의 구체적 안건인 감축·재정·기술 등의 부문별 토의를 진행한다.

당초 각국의 입장 차이가 커 합의안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인 견해가 우세했지만 개막과 더불어 낙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보 데 보어 UNFCCC 사무총장은 개막에 앞서 가진 BBC와 인터뷰에서 “세계 각국이 최근 들어 매일같이 CO2 감축 계획안을 내놓고 있는데 이는 기후변화회의를 주재한 1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친환경 일색 코펜하겐=회의가 열리는 코펜하겐은 ‘친환경’ 일색이다. 공항에서부터 만나는 모든 광고판마다 ‘그린(green)’이란 단어가 빠지질 않는다. ‘기내에서 먹다 남긴 당신의 음식물 쓰레기로 여객 터미널을 두 시간 난방할 수 있습니다’ ‘우리 공항은 새로운 조명 시스템을 설치해 연간 2만5000가구가 쏟아내는 것과 맞먹는 5000t의 이산화탄소(CO2)를 줄였습니다’ 등이 그것이다. 대기업 광고도 업종 불문하고 대부분 CO2를 얼마나 줄이고 있는지를 홍보하고 있다.

회의장 주변엔 플라스틱 물병 대신 대형 식수통을 설치해 놓았다. 국가 정상들을 제외한 대표단은 지하철·기차·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도록 안내받고 있다. 벨라 센터로 통하는 지하철 역에는 160대의 자전거와 40대의 전기자전거가 배치돼 있다. 일부 호텔은 식당에 ‘기후변화 특선 메뉴’를 준비했다. 주로 유기농 식품으로 만든 음식으로 쓰레기가 적게 발생하도록 양도 줄였다. 한편 공항과 시내 주요 지점에는 테러와 기습 시위 등에 대비해 경찰이 집중 배치됐다.

코펜하겐=전진배 특파원

◆호펜하겐(hopenhagen)=‘희망(hope)’과 유엔 기후회의가 열리는 덴마크 ‘코펜하겐(copenhagen)’의 합성어. 국제광고협회가 이번 회의를 계기로 지속 가능한 삶과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하자는 희망을 담아 벌이고 있는 캠페인의 이름으로 쓰이고 있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각국 지도자들이 지구온난화를 멈출 수 있는 합의에 도달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