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보즈워스를 만날 북한, 선택은 6자회담뿐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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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 일행이 오늘 평양을 방문한다. 지난해 12월을 마지막으로 중단된 6자회담에 북한이 복귀하도록 설득하고 비(非)핵화 약속을 지키도록 촉구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북한은 보즈워스 일행의 방문을 앞두고 조선신보 등을 통해 북·미 간 평화협정 문제가 최대 쟁점이라고 강조하는 등 딴소리를 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북한이 북·미 간 평화협정 체결 문제를 제기할 것을 우려해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최근 “평화협정은 남북한이 체결해야 하며 미국과 중국이 정전협정 당사자로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공개 천명했다. 1년 만에 핵 문제를 다루는 대화의 자리가 마련됐지만 미리부터 관련 국가들 사이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북한 핵 문제 논의가 진전을 이뤘던 계기는 두 차례 있었다. 1994년 제네바 북·미 합의와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이다. 그러나 합의는 매번 중도에 깨졌다. 그 과정에서 북한은 2차례 핵실험 도발을 강행했고, 국제사회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채택 등으로 압박했다. 현재는 북한에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이번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으로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지는 불투명하다. 보즈워스 대표조차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누가 알겠느냐”고 말해 방북 성과를 낙관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북한이 보즈워스 대표에게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밝힐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북한이 강조하는 북·미 평화협정 체결 문제는 이미 6자회담 틀 내에 논의의 장이 마련돼 있는 사안이다. 나아가 6자회담에는 북한 비핵화의 대가로 막대한 경제적 지원과 북한의 체제 유지 방책이란 선물까지 준비돼 있다. 이 모든 것을 규정한 것이 ‘9·19 공동성명’이다. 미·일·중·러 등 동북아시아 강대국이 망라돼 있고 북한 핵 포기에 가장 이해관계가 큰 한국도 참여하고 있다. 합리적 수준이라면 북한의 요구를 최대한 충족시킬 수 있는 틀이 바로 6자회담인 것이다. 핵 포기 의사가 없는 것이 아니라면 북한이 6자회담이 아닌 다른 곳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낼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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