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해외동포 외교자산으로 활용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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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코리안아메리칸.간코쿠진.카레이스키.차오셴쭈(朝鮮族)…. 미국.일본.러시아.중국 등에서 각각 우리 한국인을 부르는 말이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한반도에서 그 곳에 이주해 뿌리를 내리고 사는 우리 한민족을 칭하는 용어들이다. 이처럼 세계 도처에서 우리 민족을 칭하는 현지어는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다. 이는 우리 동포가 각국에서 큰 집단을 형성하면서 장기간 지속적으로 거주하고 있었다는 말도 된다.

우리 재외동포는 지금 세계 1백40개국에 5백70만명이나 된다. 우리와 역사적으로 불가분의 관계를 맺어왔던 미국.중국.일본, 그리고 옛 소련 지역에 90% 이상인 5백30만명이 몰려있지만 다른 지역의 재외동포도 크게 늘고 있다.

21세기는 냉전이 사라지고 세계가 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한 정치.군사적 질서에서 경제.문화.민족.종교 같은 블록으로 세분화하는 다원주의 시대다. 이런 시기에 우리와 혈통.언어.역사.전통을 공유한 재외동포가 있다는 것은 '그 역사적 배경이야 어떻든 '우리로서는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재외동포는 민족애를 지닌 고국의 문화사절이며, 한국인들이 활약할 영역을 넓히는 영토확장의 기수다. 무보수 외교관이자 남북통일의 촉매이면서 국가에 필요한 소식을 제공하는 정보통이기도 하다.

이들은 다른 나라에서 발붙이기 위해 노력하면서 적지 않은 시련 및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 과정에서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국의 국제화에 기여해왔다. 앞으로도 이들의 역할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무역규모가 세계 15위 안에 들어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으로 국제사회에서 지도적 위치를 차지하기도 했다.

따라서 세계 도처에 있는 우리 민족의 자산인 해외동포들과의 네트워크를 더욱 강화해 민족의 잠재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해외동포들이 과거에 어떻게 살아왔으며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 있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논의가 활발하게 벌어졌으면 한다.

배준섭<재외동포재단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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