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두 장관, 대화로 '난국'돌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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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총리 내각의 '특급 소방수' 자크 랑 교육장관과 로랑 파비위스 재무장관이 취임 한달 만에 짜릿한 구원승을 올렸다.

교사들의 집단파업과 시위, 스톡옵션을 둘러싼 야당의 공세 등으로 수세에 몰렸던 조스팽이 논란의 주무 장관인 알레그르 교육장관과 크리스티앙 소테르 재무장관을 갈아치운 것은 지난달 27일.

이들을 강판시키는 대신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의 수제자들인 랑과 파비위스를 마운드에 내세워 개혁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우선 랑 교육장관은 지난 27일 고교 교육과정에 대한 새로운 교육개혁안을 발표했다. 주당 수업시간을 26시간으로 축소하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국어와 문학 등의 과목을 강화했다. 폐지 방침이었던 라틴.그리스어 교육도 살려냈다.

하지만 교수법 혁신, 과중한 교육 프로그램의 경감 등 기본 골격은 알레그르 전 장관이 퇴임 전까지 추진해온 것을 그대로 유지했다. 교사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학습지진아들에 대한 개별 교습, 영재 교육 조치도 유예기간을 두거나 올해에 한해 일부 고교에서 시범실시하는 선까지만 양보했다.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도 교사.학부모들은 이에 만족하는 눈치다.

한동안 들끓던 교사들의 집단 파업과 시위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이는 랑 장관의 주특기인 절묘한 게임운영의 결과다. 그는 취임 후 한달 동안 교원노조 지도부와 교사.학부모들을 교육부로 초청,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은 대화와 토론으로 설득했다.

파비위스 재무장관도 지난 26일 15개월 이상 끌어온 스톡옵션에 대한 과세조정 문제를 매듭지었다. 11시간에 걸친 마라톤 토의 끝에 사회당은 만장일치에 가까운 숫자로 파비위스의 타협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스톡옵션을 받은 뒤 유예기간 4년 뒤 1백만프랑(약 1억5천만원)이상의 시세차익을 얻을 경우 50%, 1백만프랑 이하면 26%를 세금으로 물린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취임 전부터 스톡옵션에 대한 중과세를 반대해온 파비위스에게는 아쉬운 점이 있겠지만 일률적으로 40%씩 부과하는 현행 과세를 보다 강화하려던 사회당의 움직임을 이 정도 선에서 막아낸 것은 명백한 파비위스의 승리가 아닐 수 없다.

조스팽 총리는 이같은 거물 장관들의 선전에 힘입어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개혁정책에 보다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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