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진화용 페트병 비치…효과 전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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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이례적인 대형산불로 피해가 잇따르자 대전과 부산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산불예방을 위한 이색 시책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작 반가와해야 할 산림청 등 관계당국의 반응은 의외로 시큰둥하다.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대전 서구 내동새마을금고 회원 1백여명은 지난 22일 롯데아파트 옆 도솔산 등산로 곳곳에 1.5ℓ들이 페트물병 2천여개를 비치했다. 산불이 나는 즉시 사용하려는 일종의 '초기진화 장비' 인 셈이다.

그런데 이같은 산불예방 물병은 이미 부산 금정구청이 지난해 11월 전국 최초로 고안했다.

주말이면 하루 평균 5만여명의 행락객이 붐비는 금정산(전체면적 5천㏊)에서 매년 겨울과 봄 건조기만 되면 크고 작은 산불들이 잇따라 발생하자 구청측은 산 곳곳에 물담은 패트병을 대대적으로 비치, 행락객들을 진화요원으로 활용키로 했다.

이에 따라 우선 3t들이 대형 저수조와 5ℓ들이 대형물통을 입구만 보이도록 주요 지점 땅속에 묻혀있다. 이와 함께 소형장비로 '1.5ℓ들이 페트병 2천개도 역시 땅에 매설됐다. 훼손.유실 등을 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짖궂은 행락객들이 병을 밟아뭉개거나 훼손시키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또 화재 발생 장소와 장비를 비치한 곳이 일치하는 경우도 지금까지 한번도 없어 환경만 훼손할 뿐 정작 불이 났을 땐 무용지물이었다는 게 구청관계자의 설명.

산림청관계자도 "아이디어는 좋으나 페트병의 경우 가연성이 높은 데다 불에 탈 때 유독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에 오히려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고 말했다.

대전〓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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