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프로바둑선수권] 30일부터 상하이서 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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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바둑열기가 뜨겁기로 유명한 중국의 국제도시 상하이(上海)에 한국의 이창호 등 강호의 고수들이 모여든다.

'바둑올림픽' 이라 불리는 잉창치(應昌期)배 세계프로바둑선수권대회가 오는 30일부터 상하이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우승상금 40만달러로 현존하는 기전 중 최대규모인 이 대회는 약칭 잉씨배(Ing's Cup)로도 불리며 4년에 한번씩 열린다.

또 이보다 이틀 전인 28일엔 중국 신예들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제2회 춘란배 세계대회(우승상금 15만달러)8강전이 역시 상하이에서 열린다.

잉창치배는 지금까지 세번 대회를 치러 한국기사가 모두 우승했다.

1988년의 1회대회는 조훈현9단, 1992년의 2회는 서봉수9단, 1996년의 3회는 유창혁9단인데 조훈현과 서봉수 두 사람이 중국의 녜웨이핑과 일본의 오타케 히데오(大竹英雄)를 상대로 벼랑끝에서 건져올린 역전 우승은 바둑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로 꼽힌다.

국제무대에서 전혀 알아주지 않던 한국바둑은 이 대회를 통해 최초로 이름을 날렸고 이 대회를 통해 세계정복의 발판을 굳혔다.

만약 이번 4회 대회에서 이창호9단이 우승한다면 한국의 4인방이 차례로 우승을 한 진기록을 남기게 된다.

바둑광이자 바둑 룰 연구가였던 대만 재벌 잉창치는 자신의 걸작인 '잉씨 룰' 을 보급하고 바둑의 세계화를 이끌기 위해 1988년 이 대회를 창설했는데 결과적으로 한국을 크게 도와준 셈이 됐다.

잉창치는 생전에 '잉창치 바둑기금' 을 만들어 프로대회 외에 세계청소년대회와 세계컴퓨터대회 등을 정기적으로 열었고 미국과 유럽.동남아 등의 바둑계를 재정적으로 후원했다.

또 유언에 이같은 사업을 영구히 계속할 것을 명시해 현재는 그의 아들이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잉창치는 지난 연말, 아마추어로는 유일하게 20세기 바둑계 10대 인물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 한국은 유창혁9단. 조훈현9단.서봉수9단.이창호9단.양재호9단.최명훈7단 등 6명이 출전한다.

중국도 마샤오춘(馬曉春)9단.창하오(常昊)9단 등 6명, 일본은 조치훈9단.왕리청(王立誠)9단.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9단 등 7명.

미국 국적을 지닌 루이나이웨이(芮乃偉)9단 부부는 미국대표로 나란히 출전하며 대만 2명과 유럽 1명(타리누 카타린4단)이 출전자격을 얻었다.

오는 29일의 전야제에서 대진추첨을 한 뒤 30일 1회전, 5월 2일 16강전, 4일 8강전을 치른다.

한편 잉씨배보다 이틀 앞서 열리는 춘란배 8강전에는 한국에선 조훈현9단 1명이 나선다.

중국이 주최하는 대회답게 중국 신인들이 초강세를 보인 이 대회에서 한국은 조9단 외에 모두 탈락했으며 중국은 대거 5명이 8강에 진출했다.

조훈현9단은 최명훈9단을 꺾었던 중국 신예 쿵제(孔杰)5단과 대결하며 마샤오춘9단은 저우허양(周鶴洋)8단, 창하오9단은 왕리청9단, 요다 9단은 유창혁9단을 이긴 15세의 펑취안 3단과 맞선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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