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이원식, 득점왕 눈멀어 거짓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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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프로축구 부천 SK '해결사' 이원식(27)이 얼떨결에 거짓말을 했다가 '득점왕을 차지하려고 동료의 골을 가로챈 선수' 가 될 뻔했다.

23일 프로축구 대한화재컵 전북과 부천의 경기. 1 - 2로 리드당한 부천이 후반 로스타임에 얻은 동점골이 문제였다.

당시 하프라인 부근에서 전경준이 높이 차올린 볼은 전북 골키퍼 서동명의 키를 넘겼고 골문 앞으로 쇄도한 선수 10여명 가운데 누군가의 몸에 맞고 골인됐다.

워낙 여러 명이 뒤엉키는 바람에 관중석에서는 물론 선수들조차도 누가 골을 넣었는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경기가 끝난 뒤 기록원이 부천 벤치로 찾아가 동점골의 주인공을 물었고 "이원식" 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이원식도 경기가 끝난 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 머리를 맞고 들어갔습니다" 라고 말했다.

전날까지 4골을 뽑아내고 이날 골든골을 성공시켰던 이원식은 동점골까지 넣은 것으로 기록돼 득점 단독선두(6골)로 발표됐다.

그러나 이날 저녁 방영된 TV 스포츠뉴스는 골이 부천 윤정춘의 몸에 맞고 골인되는 장면을 생생히 보여줬다.

이원식은 볼과는 한참 떨어진 곳에 있었다. 즉각 기록이 수정돼 이원식은 득점 공동선두(5골)로 내려앉았다.

이원식은 24일 "동점골 직후 동료들이 나를 얼싸안는 바람에 벤치에서 내가 골을 넣은 것으로 착각했을 것" 이라며 "곧바로 인터뷰가 이어지는 바람에 얼떨결에 거짓말을 했다" 고 실토했다.

한편 프로축구연맹은 득점자를 잘못 보고한 부천 김갑배 주무에게 출장정지 3경기에 벌금 1백20만원, 이원식에게는 벌금 80만원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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