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쪽 사진은 서울대 최양도 교수팀이 개발한 다수확 품종 벼(오른쪽). 보통 벼(왼쪽 세개)에 비해 2.5배 정도 수확량이 많다. 아래쪽 사진은 제초제를 뿌려도 죽지 않는 벼. 일반 벼는 제초제를 뿌리면 누렇게 죽어 버린다. [작물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 제공]
이 유전자를 벼에 이식하면 벼가 ‘벼알마름병’에 걸리지 않는다. 벼알마름병은 세계 벼 농가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다. 세균 때문에 벼의 알곡 중 일부가 썩는 병이다. 문제는 이렇게 썩은 알곡이 썩지 않은 알곡과 함께 수확되고, 이를 먹으면 복통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쌀 대량 생산지인 동남아에서만 연간 전체 수확량의 5% 정도가 이렇게 오염되고 있다.
황 교수는 여러 종류의 벼에 이 유전자를 집어넣어 벼알마름병에 걸리지 않는 벼 품종을 새로 개발하기도 했다. 황 교수는 톡소플라빈 분해 유전자를 식물의 유전자 변형 여부를 알 수 있는 식별부호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도 함께 개발해 작물 유전자 변형에 사용하는 기존 기술을 대체해 가는 등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작물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이 벼와 콩·고추 등 작물 종자 개발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 때문에 몇년 전만 해도 한국 기술을 거들떠보지도 않던 몬산토·듀폰·바스프·리마그렌·신젠타 등 세계 메이저 종자회사들도 이제 눈독을 들이고 있다. 작물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은 정부가 매년 100억원씩 10년간 총 100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는 거대 연구 사업단.
최 교수는 “외국에 새로운 품종을 만들 수 있는 유전자와 기술을 이전해도 한국 시장에 대한 권리는 우리나라에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 사업단은 비린내가 나지 않는 콩, 쌀눈이 기존 쌀의 3배에 달하는 거대 배아 벼, 가뭄에도 잘 자라는 벼, 바이러스에 잘 걸리지 않는 고추 등 다양한 작물을 개발해 냈다.
이 사업단이 2000년 처음 출발할 때 종자 연구자들은 성공을 반신반의했다. 국내에서 새 품종의 작물을 개발해 돈 번 사람도 없고, 명성을 얻은 사람도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정부에서 싼값에 새 종자를 보급하는 데 농민들이 익숙해져 있었던 것도 한 이유였다.
최 교수는 “세계를 겨냥해 새 품종을 개발한 게 주효했다. 국내외에 이전할 기술과 상담이 줄을 잇고 있다. 사업단 소속 연구자들은 앞으로 기술료 수입의 인센티브만으로도 부자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