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보험차별 집단소송 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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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전북 S특수학교 교사인 李모(38.2급 청각장애인)씨는 최근 신규교원 종합보험을 계약하려다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다.

이달 초 학교를 방문한 A생명 생활설계사의 권유로 보험에 가입했는데 별안간 보험사측이 "장애인은 가입자격이 없다" 며 일방적으로 해지 통보를 해왔다.

다른 보험사들에도 신청했지만 단지 장애인이란 이유로 모두 거부당했다. 李씨는 "청각장애인은 보험가입이 안된다는 규정은 약관 어디에도 없었다" 며 분통을 터뜨렸다.

시중 보험회사들이 실증적 자료도 없이 각종 방법으로 장애인을 차별대우해 원성을 사고 있다. 가입 문턱을 턱없이 높이거나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보상액조차 일반인보다 현저히 낮게 책정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10대 보험사 중 생명보험은 7곳, 건강보험은 3곳 정도가 '재해나 질병에 걸릴 위험성이 높다' 는 이유로 장애인 가입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소 趙문순 간사는 "영리추구에만 집착하는 보험회사들이 내부지침을 통해 장애인의 보험가입을 제약하고 있다" 고 말했다. 연구소측은 차별사례 40여건을 토대로 장애인 원고인단을 모집, 다음달 중 해당 보험사들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吳도영 팀장은 "장애인복지법 제8조는 '누구든지 장애를 이유로 차별을 받지 않는다' 고 명시하고 있지만 보험분야의 차별은 시정되지 않고 있다" 며 "회원단체들과 연계해 보험감독원 등에 정책적 시정을 요구할 방침" 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험회사들은 "비록 실증적 근거자료는 없지만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장애인의 사고.질병 발생률이 높기 때문에 정상인과 똑같은 보험 요율 적용은 무리가 있다" 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보험감독원 관계자는 "외국처럼 위험산출기법이 마련되지 않은 실정에서 보험사들에 형평성만을 강요하긴 힘들다" 며 "대신 장애인 상품 등을 적극 개발토록 권고하고 있다" 고 밝혔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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