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애인 두번 울리는 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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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늘은 스무번째 맞는 장애인의 날이다.

정부와 관련 단체들은 해마다 이날이면 장애인을 위한 각종 행사를 마련하고, 신문.TV도 장애인들의 애환과 재활 사례를 실어 그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의 필요성을 환기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대우는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가 정한 올해 장애인의 날 캐치프레이즈 '열린 마음, 함께 하는 세상' 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20년 전이나 다름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부담감을 떨쳐내지 못한 채 근본적인 복지대책을 실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도나 말뿐이고 현실은 다르다. 공공시설조차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고, 지난 총선 때는 투표장 시설미비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

또 입시철이면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응시기회가 박탈되거나 입학이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해 장애인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장애인 복지는 그들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는 한 밑빠진 독에 물 붓기요, 그들의 고통은 해소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특히 장애인 취업난을 해결하는 일이 시급하다.

전국의 1백여만 장애인 중 88%는 질병.사고.재해 등으로 인한 후천적 장애다. 그들 중에는 근로능력과 기능을 보유한 사람이 적지 않지만 80%가 실업상태라고 한다.

3백인 이상 사업장들은 장애인 고용이 의무화돼 있지만 대부분 장애인 시설 부담 등을 이유로 부담금을 무는 실정이다.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동정심이나 시혜적 복지가 아니다. 정부든 기업이든 학교든 당장은 다소 부담이 되더라도 그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끌어안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장애인의 날 풍경은 1백년이 가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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