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에 산불까지 파주 공무원 '혼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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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 16일 오전11시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사무소. 공휴일인데도 18명의 면사무소 전직원들이 나와 연신 농가에 전화를 걸어 가축 질병 여부를 확인하고 민원인들을 맞느라 분주하다.

지난 3주동안 집에 거의 다녀오지 못한 산업계 윤명섭(尹明燮.37.주사보)씨는 꺼칠한 얼굴로 쉴새없이 축산농가로 전화를 걸고 있다. 요즘 한창인 돼지 수매 계획을 일일이 일러주고 있다.

이때 성난 농민 한명이 찾아와 "돼지를 빨리 수매해 주지 않으면 여의도로 돼지를 끌고가 풀어놓겠다" 며 수매지연에 불만을 나타냈다.

尹씨는 "외부 도축장으로 보낼 수 없는 상황에서 한꺼번에 도축물량이 몰려 늦어지고 있다" 며 가까스로 농민을 진정시켰다.

잠시후 구제역 발생 농가와 이웃해 있다는 이유로 자신의 젖소를 애꿎게 도살당한 한 농민의 전화가 걸려왔다. 정부가 제시한 보상조건이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지난달 24일 구제역 최초 발생지였던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다행히 25일이 지난 현재까지 추가로 구제역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파평면 전 공무원 18명의 숨은 노력이 뒷받침됐다.

특히 축산업무를 맡고 있는 산업계 직원 3명은 온몸으로 구제역과 싸우고 있다. 이들은 방역하랴, 정부 기관 질문에 응하랴 눈코뜰 새 없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 13일까진 총선업무까지 겹쳐 고생했다. 식사를 거르기 일쑤고 숙직실에서 하루 3~4시간 새우잠으로 때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요즘은 온종일 산불감시에도 신경이 곤두 서 있다. 음하형(陰夏亨.40)산업계장은 "구제역이 없어질 때까지 절대 긴장을 늦추지 않고 근무할 것" 이라고 다짐했다.

파주〓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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