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 곳곳 망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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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씨티그룹의 도덕성에 흠집이 생겼다. 일본에서 고객을 속인 사실이 들통난 데 이어 유럽에서 채권 이상 거래가 발각돼 잘못을 시인하기에 이르렀다.

씨티그룹 글로벌캐피털마켓 대표인 톰 마헤라스는 지난달 국채 대량 매매로 시장에 충격을 준 사건과 관련, "우리는 내부 기준을 맞추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이번 거래를 수행한 데 대해 후회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5일 보도했다.

씨티그룹은 지난달 2일 유럽 국채시장에서 110억유로(135억달러) 규모의 유럽국채를 2분 만에 매도하고 1시간30분 후에 매도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40억유로의 채권을 되사들여 시장에 혼란을 일으켰다. 이 거래를 통해 씨티그룹은 1500만유로의 이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마헤라스는 "이번 거래 행위가 우리의 고객과 다른 시장 참가자, 감독당국에 미칠 충격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며 "감독당국의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유럽 국채전산거래시스템인 유로MTS는 이 일로 허점이 드러나자 각 은행이 2분 내에 팔 수 있는 국채물량을 제한하기에 이르렀다. 씨티의 이상거래로 상당한 손해를 본 일부 은행들은 씨티그룹을 시장조작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씨티은행은 증권거래법을 위반해 제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씨티은행은 지난해 고객들에게 환율변동으로 인한 손실 가능성을 설명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대출 조건으로 채권 매입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일본 증권외환감독위원회가 지난 14일 발표했다. 씨티 측은 "지적된 문제들을 진지하게 검토해 개선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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