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민족적 경사 눈물 금할 수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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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는 소식을 듣고 뜨거운 눈물을 금할 수 없었다. "

11일 국무회의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감상적인 표현을 쏟아놓았다. 한 참석자는 "30년 동안 통일문제를 연구해온 입장에서 감회가 남다른 것 같았다" 고 말했다.

金대통령은 또 "남북한의 오랜 적대관계를 생각하면 참으로 이변(異變)이고, 민족적 경사(慶事)" 라며 "나도 나름대로 통일문제에 관심을 갖고 몸을 바쳐온 사람으로서 개인적으로 보면 감개가 무량하다" 고 털어놨다.

심지어 "신라의 통일 이래 1천3백년 동안 통일국가로 살아왔던 조상들의 음덕(蔭德)" 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한 金대통령은 "그런 우리 민족이 55년간의 분단 때문에 영원히 갈라설 수는 없지 않으냐" 며 통일에 대한 열정을 토해냈다.

특히 현 정부의 '햇볕정책' 이 가시화하고 있는 데 대해 자신감을 보였다. "2년 동안 일관성을 갖고 성의있게 햇볕정책을 추진해 마침내 북한이 그 진의를 이해하게 됐다" 면서 "이 기회에 남북간에 화해와 협력을 이루고 한반도에서 평화를 가져와야 한다" 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金대통령은 "민족 전체의 대과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이뤄질 수 있도록 온 노력을 다할 것" 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국무위원들에게도 "역사적인 대과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긍지를 갖고 만반의 준비를 해달라" 고 당부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민족과 국민에게 평화를 가져오고, 남북간에 교류와 번영을 이루도록 하자" 는 것이다. 金대통령은 또 "그렇게 해 우리 후손들에게 자랑스런 조상으로서의 사명을 다하자" 고 강조했다.

金대통령은 또 "무엇보다 자랑스러운 것은 민족문제를 우리끼리 자주적으로 논의하고 합의한 것" 이라고 강조했다. 1994년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김일성(金日成)주석간에 성사 직전까지 갔던 정상회담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중재에 의한 것이었음을 상기시키는 대목이었다.

의제에 대해 설명하면서 金대통령은 이미 구체적인 구상이 있음을 내비쳤다. 자신이 3월 9일 발표한 '베를린 선언' 의 4개항에 대해 "협의되고, 합의될 것으로 믿는다" 며 자신감을 보였다.

특히 이산가족 문제와 대북 경제협력, 당국간 대화 등에 대해 구체적 설명을 덧붙였다. 한 관계자는 "그 정도 합의는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이라고 설명했다.

金대통령은 또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초당적이고 범국민적인 지원' 을 요청했다. 이를 위해 金대통령은 "선거 후에 각계 각층의 의견을 겸허하고 성실하게 수렴해 국민적 합의 속에 남북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 고 약속했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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