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우리말 바루기 54. '~되다' 를 줄여 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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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구름 조금 끼는 맑은 날씨가 되겠고, 비 올 확률은 10%가 되겠습니다. 낮 최고 기온은 25도가 되겠으며,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날씨가 되겠습니다"에서처럼 '~되다(되겠다, 되세요)' 형태를 마구 쓰는 경향이 있다.

"구름 조금 끼는 맑은 날씨를 보이겠고, 비 올 확률은 10%입니다. 낮 최고 기온은 25도이며,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하겠습니다"가 적절한 표현이다.

"정답은 3번이 되겠습니다" "총 사업비는 4억원이 되겠습니다" "추석과 한가위는 같은 뜻이 되겠습니다"에서는 '~이다'가 어울리는 자리에 '~되겠다'를 쓴 경우다. '3번입니다' '4억원입니다' 등으로 표현해야 한다.

"술.담배를 줄여야 되고, 기름진 음식을 피해야 된다"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긴장됐다"에서는 '~하다'가 어울리는 자리에 '~되다'를 쓴 경우로, '줄여야 하고' '피해야 한다' '해야 할지' '긴장했다'가 자연스럽다.

"좋은 여행 되세요" "좋은 식사 되세요"는 누가 봐도 영어식 표현이다. "부자 되세요"는 나보고 부자가 되라는 소리(나=부자)이므로 말이 되지만, 이들은 뜻이 통하지 않는다. "여행 잘 다녀오세요" "맛있게 드세요"가 적당하다.

한가위가 다가왔다. '가난한 집 제삿날 돌아오듯'이라는 속담처럼 올해는 어쩐지 마냥 즐겁지마는 않지만, 그래도 그 의미가 변할 수는 없다.

"즐거운 추석[명절] 되세요" "즐거운 고향길 되세요" 등의 문구가 곧 등장할 것이다. 우리의 명절날 이왕이면 우리식 표현대로 "추석[명절] 잘(즐겁게) 보내세요" "고향길 잘 다녀오세요"로 하는 게 좋겠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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