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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Knowledge <109> 채권의 세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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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주식은 알겠는데, 채권은 모르겠다?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투자는 하면서도 채권투자는 어렵게 느낀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채권은 주식보다 훨씬 이해하기 쉬운 금융상품이다. 3년 뒤 삼성전자의 주가를 예측하는 게 도대체 가능한 일인가. 이에 비해 만기가 3년 남은 삼성전자 회사채의 수익률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낯설지만 알아두면 유용한 채권의 세계를 간단히 정리했다.

한애란 기자

‘장기투자하면 주식 수익률이 채권을 앞선다.’ 주식시장에서 장기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흔히 쓰는 말이다. 하지만 따져보면 항상 그런 건 아니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1995년 초부터 2008년 말까지 14년간의 수익률을 연간으로 환산할 경우 채권이 7.79%, 주식이 0.65%다. 시장의 부침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는 채권이 상황에 따라서는 주식을 앞서기도 하는 것이다.

최근 14년간 수익률 채권 7.79%, 주식 0.65%

특히 채권은 고령화 시대에 적합한 상품이다. 은퇴한 뒤 매월 고정적인 수익을 내기 어려운 중·장년층이라면 꼬박꼬박 일정한 수익을 지급하는 채권이 유용한 자산이다. 미리 정한 날에 일정한 이자를 준다는 점에서 채권은 은행의 정기예금과도 비슷하다. 하지만 채권은 만기 전에도 자유롭게 팔 수 있다는 게 정기예금과는 다르다. 정기예금은 중도 해약하면 이자 대부분을 포기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 역시 채권의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거래소에 상장된 주식과 달리, 대부분의 채권이 장외시장에서 거래된다는 게 불편한 점이다.

채권의 종류는 어디서 발행하느냐에 따라 국채(정부), 지방채(지방자치단체), 은행채(일반은행), 회사채(주식회사) 등으로 구분된다. 국채는 나라에서 발행하는 가장 안전한 채권이다. 당연히 가격도 지방채나 회사채보다 더 비싸다. 이를 다시 말하면 금리가 가장 낮다는 뜻이다. 채권가격과 채권금리는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채권 값이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는 사실은 은행의 예금금리 개념에 익숙한 투자자들에겐 잘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채권 가격이 정해지는 원리를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다. 채권엔 만기에 받을 금액이 써 있다. 하지만 채권을 판매할 땐 이 금액을 다 받고 파는 게 아니다. 투자자들이 만기까지 받을 금리만큼을 액면금액에서 미리 빼서 판매가격을 정한다. 따라서 금리가 높아지면 그만큼 채권의 가격은 내려가고,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 값은 비싸진다.

금리는 채권을 발행하는 기관의 신용도에 좌우된다. 만기 때 채권금액을 돌려줄 게 확실한 기관이라면 금리가 낮고(채권가격이 높고), 만기 때 돈을 갚지 못할 것 같은 기업이나 단체는 금리가 높다(채권가격이 싸다). 만기가 얼마나 되는지도 금리에 영향을 준다. 3년 만기 국채의 금리는 10년 만기 국채보다 낮다. 기왕이면 불확실성이 적은(만기가 짧은) 채권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만기가 짧으면 금리가 낮은 것이다(즉 비싸다).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가격이 오른다는 원리를 이해한다면, 올 초 왜 발 빠른 투자자들이 채권에 많이 투자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신용위험이 부각되면서 채권금리가 치솟았다. 이후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금리는 점차 제자리를 찾아갔다. 즉 금리가 내려가면서 채권 값이 그만큼 뛴 것이다. 따라서 금리가 높았을 때 채권을 싸게 샀던 투자자라면, 금리 하락을 이용해 차익을 낼 수 있었다.

특히 올 상반기 인기를 끌었던 채권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다. 회사채 중에서도 발행회사의 주식을 일정한 가격(행사가격)으로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것이다. 채권이지만 주식의 성격이 결합된 셈이다. 올해 BW가 특히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채권금리도 금리지만,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올 3월 발행된 4000억원 규모의 기아차 BW가 대표적인 예다. 기아차BW는 신주인수권을 발행 한 달 뒤인 4월 20일부터, 6880원에 행사할 수 있었다. 4월 20일 기아차의 종가는 9800원까지 올랐고, 11월 16일 종가는 1만7250원이다. 기아차 BW 청약에 무려 8조원의 시중자금이 몰린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특히 BW 발행이 크게 늘어났던 건 기업 입장에서 무보증 회사채보다 비용을 덜 들이고(금리를 덜 주고) 발행할 수 있었던 덕분이기도 하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모으려는 기업의 필요와 주식인수권으로 차익을 거두려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맞아 떨어졌던 셈이다.

올 하반기 투자자들이 많이 찾는 채권으로는 저축은행 후순위채가 있다. 후순위채는 말 그대로 발행회사가 부도나거나 한 경우, 청구권 순위가 밀리는 채권이다. 만약 회사가 부도나면 그 재산을 처분해 담보채권자와 선순위채권자에 우선 배분하고, 남는 게 있어야 후순위채권자에 돌아가는 것이다. 그래도 그 회사 주식을 가진 주주보다는 순위가 앞선다.

지난 9월 솔로몬저축은행이 300억원어치의 후순위채를 공모했을 땐 청약금이 1122억원이나 몰렸다. 저축은행 업계 사상 최고의 청약경쟁률(3.74대 1)이었다. 이 후순위채는 금리 연 8.5%, 만기 5년짜리 상품이었다. 후순위채가 인기를 끄는 건 금리가 시중은행(4~5%대)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후순위채에 투자할 땐 발행회사의 재무상태를 잘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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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기관 신용도 높을수록, 만기 짧을수록 금리 낮아

채권투자가 어렵다면 채권형펀드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어떤 채권을 언제 사고팔지에 대한 판단을 전문가인 펀드매니저에게 맡기는 것이다. 채권을 직접 살 때 증권사에 내는 매매수수료 대신 펀드 보수를 지급한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공모 채권형펀드 중엔 ‘교보악사투머로우장기우량증권투자신탁K-1’과 ‘PCA스탠다드플러스증권투자신탁I-34’에 올 들어 가장 많은 자금이 몰렸다. 국고채 등 초우량채권 위주로 투자하는 안전한 유형의 펀드였다. 대신 올 들어 수익률은 연 2~3% 수준에 그친다.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일반채권펀드 중 연초 이후 수익률이 가장 높은 펀드는 ‘아이러브평생직장채권4’ 펀드(11.32%, 13일 기준)였다. AA나 A등급의 우량회사채뿐 아니라 수익률이 높은 BBB급 회사채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률을 높였다.

해외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도 나와 있다. 올 들어 새로 출시된 ‘글로벌하이일드’ 펀드는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이란 국제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투자적격등급 미만(S&P기준 BB+ 이하)의 신용등급을 받은 해외기업이 발행한 채권이다. 투자적격등급 채권보다 위험이 큰 만큼 연 10% 안팎의 고금리를 제공한다. 이러한 채권은 경기가 회복될 때 발행기업의 파산위험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급등(금리가 하락)하는 게 특징이다. 실제 올 7월 새로 나온 글로벌 하이일드 펀드의 수익률은 8~16%에 달했다.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투자자라면 채권과 주식에 적절히 분산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안전만 강조해 채권에 100% 투자한다면 자칫 인플레이션을 따라잡지 못할 수도 있다. 가치투자의 창시자인 벤저민 그레이엄에 따르면 “채권과 주식의 편입비율을 단순히 반반으로 유지하거나, 판단에 따라 최대 75%, 최소 25% 사이에서 편입비율을 변경하는 전략”이 가장 추천할 만하다.


금리 인상 예상되는 내년 상반기, 채권 구입 기회

내년 상반기 채권시장엔 ‘악재’가 도사리고 있다. 바로 내년 1분기로 예상되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다. 대부분 증권사가 내년에 채권금리가 ‘상고하저’일 거라고 예상하는 근거다. 다시 말하면 채권 값이 떨어지는(채권금리가 오르는) 상반기가 바로 채권을 살 타이밍이란 뜻이기도 하다.

채권의 시장금리는 보통 기준금리가 인상되는 시점까지는 오르다가 막상 기준금리가 인상되고 나서는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가 미리 시장금리에 반영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제 채권금리가 고점을 찍을지는 한국은행이 얼마나 빨리 기준금리를 올리느냐에 따라 달렸다. 증권사들은 이르면 1분기 아니면 2분기를 고점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화정책 외에 채권 발행물량도 시장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올해의 경우 채권 공급 물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채권금리 상승(채권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일단 침체된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정부가 돈을 풀면서 국고채와 공사채 발행이 크게 늘었다. 또 국제수지 흑자 폭이 커지자 달러를 소화하느라 시중에 풀려나간 과잉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한 통안채의 발행규모도 늘었다. 게다가 위기상황에 대비해 현금을 미리 확보해두려는 기업들도 앞다투어 회사채를 발행했다.

하지만 내년은 상황이 다르다. 일단 경기부양책 규모가 줄어들면서 국고채 발행물량은 소폭 줄어들 전망이다. 또 경기가 나아지면서 이미 현금을 충분히 쌓아둔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물량 면에서는 채권 가격이 오를 여지가 충분히 있는 것이다. 다만 공사채의 경우 4대 강 정비사업 등 국책사업 때문에 발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럼 다양한 채권 종류 중에서도 어떤 것에 투자해야 할까. 단순히 금리만 보면 신용등급이 낮은 비우량회사채(BBB등급)가 좋아 보이지만, 여전히 부도 위험이 있기 때문에 투자엔 신중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권하는 건 A등급 회사채나 은행채다. AAA등급 회사채나 공사채보다 채권금리 하락폭이 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A등급 회사채라고 해도 업황이 좋지 않은 업종은 피해야 한다. 만기도 긴 것보다는 짧은 게 안전하다.

현대증권 신동준 연구원은 “무조건 높은 금리의 회사채를 찾기보다는 은행 정기예금보다 2~3%포인트 정도 높은 수준에서 선택할 것”을 권했다. “투자적격등급의 채권이라 해도 만기가 1년 정도로 짧은 우량 회사채로 범위를 좁히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뉴스 클립에 나온 내용은 조인스닷컴(www.joins.com)과 위키(wiki) 기반의 온라인 백과사전 ‘오픈토리’(www.opentory.com)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 있으세요? e-메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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