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억 상당 옥공예품 50점 선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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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장 장주원 선생이 자신의 작품 ‘백옥지구본향로’를 들여다 보고 있다

50년 넘게 옥 공예에 매달려 온 옥장 장주원(72) 씨가 185억원 상당의 옥공예품 50점을 광주시립미술관에 무상으로 기증하기로 했다.

장씨는 지난달 30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옥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취지에서 올해 20점에 이어 내년 3월에 30점을 내놓기로 했다”고 말했다. 광주시립미술관 측은 이런 뜻을 살려 장씨의 작품이 들어오는 대로 별도의 ‘옥장 장주원 전시관’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장씨에 대한 ‘성의’ 표시로 작품 2점을 매입하기로 결정하고 5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박지택 광주시립미술관장은 “장주원 선생이 올해 기증한 20점 중 비싼 것은 한 점에 10억원을 넘는다”며 “후손들이 영구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장 선생에 대한 감사 표시로 작품 2점을 사들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옥은 재질에 따라 t 당 수 천만원에서 최고 300억원에 이른다. 국내 옥 공예가들이 많지 않아,장씨는 작품 제작에 필요한 공구도 대부분 수입해서 쓴다.

장씨가 이번에 기증하기로 한 작품들은 지난해 12월 9일부터 올 2월 22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옥장 장주원 기획 초대전’에 전시된 것들이다. 제작기간만 12년 넘게 걸린 작품들이다. 당초 대기업에서 일괄 구매하려고 협의하는 과정에서 감정가가 알려지게 됐다. 장씨가 고가의 작품을 팔지 않고 광주시립미술관에 기증한 데는 박광태 광주시장과의 인연도 작용했다.

청옥겹입식관통주전자 [광주시립미술관 제공]


박 시장이 우연히 목포에 있는 옥 공예 전시관에 들렀다 장씨를 만난 게 계기가 돼 기획 초대전이 열렸고, 작품 기증으로 이어졌다. 박 시장은 “장 선생의 진귀한 옥 작품들은 광주시가 육성하려는 공예산업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반겼다.

전남 목포의 금은 세공가 집안서 태어난 장씨는 22세 때인 1959년 세공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96년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00호 옥장으로 지정됐다.

용의 입 안에서 따로 노는 옥구슬과 삼중 연결고리, ‘8’자 형태로 속을 파낸 관통주전자 등은 옥공예 종주국인 중국에서조차 흉내내기 어려운 독보적인 기술로 평가 받고 있다. 그는 한 작품에 20년 넘게 매달리기도 한다.

그의 작품들은 장신구나 공예품의 틀을 넘어 예술의 경지에 까지 이른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영국·프랑스 등 해외에서도 전시회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작품에 서명을 하지 않는다. 자신의 작품에 견줄만한 다른 사람의 작품을 보지 못했으나 아직도 완숙도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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