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재경 "주주 집단소송제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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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현대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재벌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강해지고 있다.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주주 집단소송제 도입이 검토되고 있으며, 대그룹의 구조조정본부가 본분을 떠나 계열사를 통제하는 조직으로 운영된다면 해체하라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이헌재(李憲宰)재정경제부 장관은 3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는 이미 재벌개혁 정책의 큰 틀을 제시했지만 제도의 보완을 추진하고 있다" 면서 "현재 법무부가 외부에 의뢰한 지배구조 개선 용역 결과가 상반기 중 나오면 주주 집단소송제의 도입 등을 검토하는 작업에 들어갈 수 있을 것" 이라고 밝혔다.

李장관은 다만 "주주 집단소송제는 소액주주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 반면 기업경영을 위축시킬 수도 있는 만큼 전문가 등의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 고 말했다.

주주 집단소송제란 일부 주주들이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이기면 다른 모든 주주들도 똑같이 배상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로, 기업 대주주나 경영자들에 대한 강력한 견제 수단으로 활용된다.

李장관은 또 "재벌의 구조조정본부는 상호 출자나 채무 등을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한 협의기구" 라며 "구조조정본부가 인사권 등을 행사하며 계열사들을 사실상 통제하는 행태를 보인다면 명칭이 무엇이든간에 해체돼야 한다" 고 강조했다.

그는 "대그룹들은 채권은행과의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으면서 비서실.기조실 등 지배조직을 없애기로 약속했다" 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12%에 이를 전망이지만 이후 성장속도가 둔화되면서 연간으로는 6% 정도에 그쳐 인플레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 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용근(李容根)금융감독위원장은 지난 29일 취임 후 처음으로 4대 그룹 구조조정본부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대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이 불과 몇%의 지분으로 경영권을 좌우하는 것은 법과 주주를 무시한 행위" 라고 지적했다고 김영재(金暎才)금감위 대변인이 밝혔다.

李위원장은 이날 재벌그룹의 문어발식 경영이 계속되고 있다며 ▶중소기업 업종을 조속히 정리하고▶지지부진한 석유화학.철도 등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을 조기 매듭해 줄 것을 촉구했다.

김광기.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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