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태 파문 재벌개혁 공방] 강공 나선 정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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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는 그동안 재벌개혁의 가장 큰 성과로 기업지배구조 관련 제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했다는 점을 내세워왔다.

새 기업지배구조는 이사회와 주주총회에 힘을 실어 총수 1인의 '황제식 경영' 을 차단할 미래지향적 장치라고 자랑했다.

그러나 이번 현대의 경영권 분쟁으로 정부의 자랑이 무색해진 셈이다. 정부의 대응은 우선 구조조정본부에 대한 압박으로 나타나고 있다.

구조조정본부가 앞으로 재벌의 소그룹 분리 등 남은 역할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현대의 경우처럼 과거의 비서실 역할을 하려면 당장 해체하라는 주문이다.

또 하나는 기업지배구조를 더 보강하는 것이다.

특히 소액주주들에게 직접 힘을 실어줘 대주주들을 견제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이헌재(李憲宰)재경부장관이 30일 언급한 주주 집단소송제가 대표적 예다.

주주 집단소송제는 지난해 기업지배구조 개선작업 때 여당이 제안한 것인데, 정부가 기업의 경영활동을 지나치게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반대해 결국 버렸던 카드다.

李장관이 지난해 반대했던 카드를 다시 뽑아든 것이 최근의 반(反)재벌정서에 편승하려는 일회성 발언인지, 실현의지가 있는 것인지는 시간이 좀 더 지나야 드러날 전망이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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