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사냥’ 방송 탈까 못 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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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야생 멧돼지를 잡는 내용의 MBC-TV 예능 프로가 환경보호단체와 종교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대표 임순례 감독)는 29일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새 코너 ‘대한민국 생태구조단, 헌터스!’가 생명 경시 풍조를 확산시킬 수 있다”며 제작 중단을 요구했다.

‘헌터스’는 다음 달 6일 선보이는 ‘일밤’의 코너다. 김현중·정용화 등 스타 MC가 멧돼지 출몰 지역에서 전문 엽사와 함께 멧돼지를 잡는다는 내용이다. 제작진은 “우리나라 멧돼지 수가 적정 개체 수를 네 배 넘어섰고 지난해 피해액만 56억원에 이르는 등 부작용이 막심하다”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그러나 카라는 “주말 오락 프로에서 동물 사냥을 생태계 조절이라는 미명 아래 합리화한다면 아이들의 생명관이 왜곡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호 사무처장은 “생태적이고 인도적인 개체 수 조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배제된 상황에서 ‘헌터스’ 제작은 멧돼지 사냥을 하나의 오락거리로 전락시킬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환경·생명·불교·여성 등 18개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도 30일 오후 국회에서 제작 중단과 방송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일밤’을 총괄하는 김영희 PD는 “멧돼지 사냥이 아니라 포획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피 흘리거나 사냥하는 장면은 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멧돼지의 생태를 추적하고 무분별한 환경 파괴 속에 처한 농촌의 실상을 보여주는 교육적 프로”라고 해명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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