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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환의 와인… 와인…] 5.포도주의 역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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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또 걸출한 몇몇 영웅들에 의해 로마제국이 된 것도 아니다.

항상 어떤 일의 뿌리를 캐려면 역사를 살펴보는 것이 필수다.

와인은 인류의 문명 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원숭이가 먹다남은 포도를 후미진 움푹 패인 곳에 숨겨두었다가 나중에 먹어보니 맛은 좀 이상했지만 기분이 좋아졌다는 전설같은 유래도 있다.

서양의 와인은 동쪽으로 뻗어 결국 극동의 우리나라에까지 이르렀다.

기원전 3, 500년경에 포도를 압착하던 도구가 남아있는 것을 보면 대략 6, 000년 전부터 인류가 와인을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기원전 2000년에 태양을 숭배하던 이집트인들에 의해 와인은 더욱 발전하고 확산된다.

이집트에선 클레오파트라가 기초화장수로 와인을 사용했음은 꽤나 유명한 일화다.

장사꾼이었던 페니키아 사람들은 포도재배와 와인 양조 기술을 그리스에게 팔았고, 그리스인들은 다시 프로방스와 시실리 등에 전파했다.

와인을 즐기던 로마인들은 병사 1인당 평상시 하루 1ℓ전투시 2ℓ의 와인을 마시기 위해 정복지에 포도밭을 개간토록 했고, 이 포도밭들은 토착 원주민의 기습을 막는 방패 기능도 했다.

프랑스.스페인.독일.이탈리아 등 세계의 유명 포도산지와 같은 유럽의 와인지도는 로마제국 지도의 완성과 함께 만들어 진 것이다.

제대로 된 와인의 역사를 2000년 정도라고 말하는 것도 시이저의 정복전쟁이 시작된 기원전 58년을 시점으로 인정한다.

1100-1200년 경에는 수도원의 승려들이 수행생활의 수단으로 개성있는 와인을 만들어 내려고 흙을 먹어보기까지 했다.

이들 덕분에 오늘날 프랑스 부르고뉴나 독일 모젤 지방의 와인이 만들어졌다.

중세 암흑시대를 지나면서 와인 생산도 한바탕 침체됐다가 르네상스 시대에 다시 살아난 것을 보면 와인 역시 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또 6세기에 시작된 황금의 나라 인도를 찾는 '동쪽으로 행진' 에 맞춰 포도와 와인도 덩달아 동쪽으로 계속 전파됐다.

정진환 <중앙대학교 국제경영대학원 와인과정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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