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충전소 건립 반발 등교거부-원주시 만종초등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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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학교 인근에 LP가스충전소 설치를 막기 위한 강원도 원주시 호저면 만종초등학교 학부모들의 자녀 등교 거부가 나흘째 계속되고 있다.

지난 23일부터 시작된 등교 거부는 27일에도 전체 2백7명의 학생 가운데 4명만이 등교해 정상수업이 이뤄지지 않았다. 학교측은 등교한 학생을 대상으로 개별학습을 시키는 것과 함께 등교하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가정학습지를 보내고 있다.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등교를 거부한 것은 학교 인근에 LP가스충전소가 허가돼 민원을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국택시운송사업연합회가 지난해 11월 허가받은 20t 규모의 LP가스충전소는 학교에서 4차선 도로 건너편에 세워질 예정으로 학교 정문으로부터는 1백여m 떨어져 있다.

학부모들은 가스충전소는 폭발 위험이 있을 뿐 아니라 충전소가 세워질 경우 대형 가스차량과 택시의 통행량이 늘어 교통사고의 위험이 높다며 충전소 허가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이같은 위험 시설이 학교 인근에 세워지는 데도 사전 주민들에 대한 의견수렴도 없었다" 며 "그동안 여러차례 민원을 제기하고 궐기대회를 열었어도 반응이 없어 자녀 등교거부에 나섰다" 고 주장했다.

학교 자모회 이상순(李相順.42)회장은 "부모들 스스로 내 아이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자는 차원에서 등교 거부를 시작했다" 며 "부모들의 의견이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등교 거부운동을 벌이겠다" 고 말했다.

한편 학부모들은 27일 오전 11시부터 원주시청과 원주시교육청 앞에서 충전소 허가취소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원주시 관계자는 "학교보건법상 학교로부터 50m만 떨어지면 허가할 수 있으며 교육청 심의를 거치는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허가돼 허가 취소는 어렵다" 고 밝혀 학생들의 등교 거부 사태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원주〓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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