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걸스’ 소속사, 공정위 표준계약서 1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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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걸스(사진)’ ‘2PM’ 등 인기 가수들이 소속된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가 국내 연예기획사로는 처음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표준전속계약서를 사용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26일 “JYP엔터테인먼트가 검토를 의뢰한 계약서가 공정위의 표준전속계약서 취지와 내용에 전반적으로 부합해 표준약관 표지 사용을 허락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JYP의 계약서를 검토한 결과 ▶7년 이내의 전속계약 기간 ▶연예 활동에 대한 연예인의 통제권 보장 ▶수입 증가에 따라 연예인에 대한 분배 비율도 높아지는 정산 방식(슬라이딩 시스템) 등이 표준전속계약서 기준을 상당 부분 충족시켰다고 설명했다. 정욱 JYP 사장은 “기본적으로 모든 계약서를 표준화할 수는 없다고 본다”며 “우리 회사 역시 공정위 모델을 그대로 쓴 게 아니라 현실에 맞는 다양한 세부 조항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JYP의 표준계약서 채용에 따라 타 기획사들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간 가요 기획사들은 “가수 데뷔 준비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가요계의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공정위의 표준전속계약서에 반대 의사를 밝혀 왔다. 계약 기간을 7년으로 한정할 경우 초기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 힘들어 기획사로서는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 7월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 멤버 3명이 13년의 장기 계약을 폭로하며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면서 공정한 계약서 도입에 대한 요구가 전 사회적으로 확산됐다.

한 대형기획사 간부는 “최근 기획사들 사이에 전속계약 내용을 표준계약서 취지에 맞는 쪽으로 갱신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대형 기획사가 공정한 계약서 도입에 앞장서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기획사의 도제·봉건적 문화 또한 합리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고 말했다.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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