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 백년의 빛 사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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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1910년 12월에 일본미술사에서 발행한 20장짜리 사진첩 『신라조각건축지부』에 실린 석굴암 본존불. 이번 ‘석굴암 백년의 빛’ 전시에서 처음으로 공개된다.[동국대출판부 제공]

석굴암 사진 중 가장 오래된 것은 1909년에 찍은 거다. 을사늑약(1905년) 직후 일제가 조선에 설치한 조선통감부의 부통감 소네 아라스케 일행이 검은 제복에 칼을 차고 석굴암 앞에 서있다. 일행 중 한 명은 석굴암 본존불의 무릎 위에 올라가 앉아있다. 당시 일제는 석굴암을 ‘위대한 전리품’으로 여겼다고 한다. 일본 왕실과 귀족, 고위 관료들이 조선을 찾을 때 빠지지 않는 관광코스이기도 했다.

다음달 1일부터 두 달간 서울 견지동의 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에서 ‘석굴암 백년의 빛’(동국대·조계종 총무원 공동주최) 전시가 열린다. 석굴암 사진을 처음 찍었던 1909년부터 2009년까지 100년의 세월을 담은 석굴암 사진전이다. 이번 전시는 성낙주 석굴암미학연구소장(서울 온곡중 교사)이 20년 넘게 발로 뛰며 수집한 자료가 바탕이 됐다. 석굴암 관련 유물과 사진 등 1000점에 가까운 사진이 소개된다.

“눈물겹게 감격스럽다”고 운을 뗀 성 소장은 “이번 전시회는 역대 석굴암 관련 전시 중 최대 규모다. 석굴암은 온통 비밀스런 암호로 가득 차 있는 보물지도다. 이번 전시가 석굴암을 연모하는 이들의 축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1910년 12월에 발행된 20장짜리 사진첩 『신라조각건축지부』에 담긴 석굴암 본존불 사진 등은 이번서 처음 공개된다. 사진마다 석굴암의 역사가 담겨 있다. 1910년 사진에선 석굴암의 내부 천장이 뚫려있다. 1911년이 지나면서 본존불 입술에 색을 칠한 사진도 더러 보인다. 한국전쟁 때(1951년)는 새의 배설물과 이끼·곰팡이 등으로 본존불이 심하게 오염돼 있다. 사진집 『석굴암 백년의 빛』(성낙주 지음, 동국대출판부)도 나왔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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