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경기부양 약발 다하니 경제 심리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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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기업과 소비자 등 경제주체들이 보는 경기 상황이 지난달보다 나빠졌다. 이들이 경기를 나쁘다고 생각하면 생산과 소비가 위축돼 경제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이런 심리지표가 좋으면 생산과 소비가 활성화돼 실제 경기도 좋아질 수 있다. ‘경제는 곧 심리’라는 말을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발표된 심리지표는 숫자 자체로는 그리 나쁘지 않지만 대부분 떨어지는 방향이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제조업체(1475개)들이 보는 전반적인 경기 상황을 지수화한(13~20일 조사)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9로 지난달보다 3포인트 떨어졌다. 제조업의 업황 BSI가 하락한 것은 지난 2월 이후 9개월 만이다.

지난 2월 43까지 내려갔던 업황 BSI는 이후 상승세를 지속했고, 지난달엔 6년10개월 만에 최고치인 92까지 오르기도 했다. 업황 BSI는 기준치인 100을 넘으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이 나쁘게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공식적인 기준치는 100이지만 기업들이 경기에 대해 보수적으로 대답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참고치는 80선 정도(2003년 1월 이후 평균 수준)로 볼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인 지난해 7~8월의 BSI가 75~76 수준인 만큼 이달의 89라는 수치는 결코 낮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하락세가 다음 달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게 문제다. 다음 달의 경기 상황을 예상하는 업황 전망 BSI는 85로 지난달(93)보다 8포인트나 하락했다. 다음 달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보는 제조업체들이 더 늘었다는 의미다. 기업들이 경기를 전보다 나쁘게 보고 있는 이유는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과 환율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한은 통계조사팀 손원 과장은 “각국이 마련한 경기부양책이 연말로 거의 끝나는 데다 원화가치가 강세를 보이면서 채산성이 나빠지고 수출이 어려워질 것으로 생각하는 기업이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발표된 11월 소비자심리지수(CSI) 역시 8개월 만에 하락세를 보였다. 주가와 부동산 가격의 상승세가 한 풀 꺾이자 소비심리가 위축된 것이다. 또 4분기 이후 경제성장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진 것도 영향을 줬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한동안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소비자와 기업들이 점차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며 “여러 여건도 전보다 나빠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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