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새기업상] 좌담회 - 주제발표문 요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새 천년과 함께 국내에도 디지털 열풍이 가열되고 있다. 인터넷 주식 폭등과 코스닥 열기가 전국을 달구고 막대한 부를 쌓은 신흥 벤처귀족이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굴뚝산업.오프라인 기업들의 초조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 수년간 막연히 거론되던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가 피부에 와 닿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새 시대를 이끌 기업가상은 무엇일까. 손정의(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와 같은 걸출한 기업가를 고대하는 우리의 여건은 어떤가. 그런 기업가를 배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점들이 오늘의 논의대상이다.

물론 손정의를 최선의 기업가 모델로 상정하는데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시대 변화를 통찰하고 이를 토대로 경영의 이념.비전.전략을 세워 실천해 온 기업가로서 적어도 동양권에서 그를 필적할 사람은 없다는 점에서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기에 족하다.

손정의 성공 신화의 배경은 크게 7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통합적 사고능력 ▶변화에 대한 통찰력 ▶도전 정신과 주도성 ▶비전의 제시와 공유 ▶창의성과 혁신 ▶속도 감각 ▶내부 결속력과 일체감이 그것이다.

손정의는 동양적.아날로그적 직관과 서양의 디지털 분석력을 결합해 큰 시너지 효과를 냈다. 아울러 복잡한 시대의 흐름을 단순하게 읽어내는 재주를 가졌다. 자동차.전화.TV가 편리하듯 인터넷은 틀림없이 편리한 존재이므로 인류에 필수적인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는 식으로 판단했다. 이를 바탕으로 남보다 이 분야에서 먼저 혁신을 일으켜 주도했다. 그는 변화를 즐기는 인물이다.

손정의는 협상이나 사업 전개의 의사결정을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19세 때 발명한 휴대용 번역기를 일본 샤프사에 팔 때도 그랬고, 루퍼트 머독과 함께 일본 아사히TV를 인수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여기에는 철저한 사전 분석을 항상 하는 준비가 있었다. 어떤 회사를 인수하기 전 상당기간을 두고 1천가지 각도에서 경영상황을 체크해야 한다는 '천번 노크' 경영철학이 그것이다.

그는 리더로서 자신의 의지와 비전을 조직원들과 공유하고 신뢰를 구축하는데도 안목이 있었다. 여전히 일본에서는 스톡옵션이 잘 되지 않고 있지만 그는 오래전 이를 도입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