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공도서관 디지털화 '뒷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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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 있는 종로 공립도서관. 2층 종합자료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입구 바로 오른쪽의 컴퓨터 6대 앞에 시민들이 앉아 인터넷을 검색하고 있다. 뒤에 서서 순서를 기다리는 주민들은 짜증이 나는듯 앞사람들에게 눈치를 주고 있다.

하루 평균 1천5백여명의 시민이 찾는 이 도서관의 시민용 컴퓨터는 6대 뿐. 그나마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1시간 단위로 예약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하룻동안 컴퓨터를 쓸 수 있는 사람은 고작 60여명밖에 되지 않아 시민들의 짜증도 예약된 것이나 다름없다.

박용준(朴龍俊.21.회사원)씨는 "보통 오후 2시 이전에 예약이 끝나 컴퓨터를 차지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 라며 "프린터도 연결 안돼 손으로 일일이 메모하고 있다" 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의 동대문 도서관도 사정은 비슷했다. 하루 이용 시민이 2천5백여명에 이르지만 정기간행물실내 컴퓨터는 3백12명당 1대 꼴인 단 8대.

정은미(16.고2)양은 "종이 색인표보다는 컴퓨터를 이용해 정보를 찾고 있지만 눈치가 보여 20분 이상 앉아 있지 못한다" 고 짜증을 냈다.

도서관 운영자는 "컴퓨터가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공간이 없고 예산도 빠듯해 현재로선 확충 계획이 없다" 고 털어놨다.

이처럼 시민들이 자주 찾는 공공도서관의 열람용 컴퓨터가 턱없이 부족해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정보 공급 창구인 공공도서관이 급변하는 디지털 정보화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운영하는 시내 공공(공립)도서관은 모두 22개. 대부분 하루 평균 열람객이 1천명을 넘지만 시민용 컴퓨터는 22곳을 합쳐도 3백25대에 불과하다.

22곳 중 하루 평균 열람객이 3천9백여명으로 가장 많은 송파도서관의 경우 열람객용 컴퓨터는 15대, 양천도서관(3천7백명)은 8대에 불과하다.

게다가 25개구 중 관악.성북.강북.광진.은평.중구 등 6개구에는 아예 공공도서관이 없다.

사정이 이렇지만 각 도서관의 올해 정보화 예산은 평균 4천만원 정도로 컴퓨터 확충은 엄두조차 못내는 실정이다. 송파도서관 관계자는 "전용망을 깔고 컴퓨터를 늘리려면 올해만 최소 4억원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정보화시대에 맞춰 도서관을 새 단장하기 위해 앞으로 3년간 3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방안을 관계당국과 협의중" 이라고 밝혔다.

양영유.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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