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에 1조6000억 … 공모주 다시 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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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공모주 시장에 다시 활기가 돈다. 기업공개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리는가 하면, 새내기주의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다. 공모주가 찬밥 신세였던 9~10월과는 분위기가 딴판이다. 증시가 조정 받으면서 공모가의 거품이 걷힌 덕분이다.

23~24일 중국엔진의 공모주 청약엔 1조6354억원이 넘는 증거금이 들어왔다. 하반기 기업공개(IPO) 중 가장 큰 규모다. 청약 경쟁률은 272대1에 달했다.

중국엔진 청약이 큰 인기를 끈 건 주가가 쌌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 해외IPO팀 이기일 과장은 “9~10월 상장된 공모주들이 잇따라 고전하면서 중국엔진의 공모가가 당초 9월에 제시했던 희망 공모가(1만~1만1000원)보다 낮은 6000원에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일종의 ‘차이나 디스카운트’ 효과도 공모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금이 필요했던 중국엔진은 낮은 공모가에도 상장을 추진했다. 그러자 이번엔 공모주 청약에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실제 이달 새로 상장된 일부 새내기주는 초반에 무서운 기세로 상승했다. 25일 SK C&C 주가는 공모가(3만원)보다 50% 높은 4만5000원까지 치솟았다. 당초 4만원대를 생각했던 공모가를 3만원으로 확 낮추면서 투자 매력이 높아진 경우다. 19일 상장한 GKL(그랜드코리아레저)의 주가도 공모가(1만2000원)보다 크게 오른 1만7600원에 달한다.

이에 비해 9~10월 상장한 종목 중엔 여전히 공모가를 밑도는 경우가 많다. 모린스는 9월 상장되자마자 큰 폭으로 주가가 빠져 현재는 2만400원에 머물러 있다. 공모가(3만9000원)보다 47%가량 빠진 것이다. 10월 상장된 동양생명 주가(1만4450원)도 공모가(1만7000원)를 밑돌고 있다. 이러한 종목들은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탈 때 공모가를 결정하다 보니 거품이 끼었다는 평가다.


대신증권 봉원길 스몰캡팀장은 “증시가 조정을 받는 시기엔 기업 가치에 비해 공모가가 싼 종목이 나오기 때문에 투자 매력이 커진다”며 “3분기에 비해 지금 나온 공모주가 가격 면에서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다만 “연초 같은 ‘공모주 대박’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종목을 잘 골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식시장 분위기뿐 아니라 공모주의 투자 타이밍도 중요하다. 대신증권이 지난해 1월부터 올 10월까지 IPO를 진행한 기업 90개를 조사한 결과, 상장 직후 공모주를 사는 것보다는 공모주 청약에 직접 참여하는 게 수익률이 훨씬 높았다. 상장 시초가가 공모가에 비해 평균 38.8% 높게 매겨졌기 때문이다. 투자 기간은 짧을수록 좋았다. 공모 시점에 투자한 경우, 상장 1개월 뒤 수익률은 28.9%에 달하지만 6개월 뒤엔 17.9%로 떨어졌다.

봉 팀장은 “상장 직후 주가가 급등했을 때 투자해서는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며 “공모 단계에서 1개월 이내의 짧은 기간 동안 투자하는 게 가장 효율적인 투자법”이라고 설명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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