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단지 세금 늘어 아예 거래 끊어질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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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엎친 데 덮친 격-.

재산세(건물분)와 종합토지세로 나눠진 주택 보유세의 합산과세 부과기준이 기준시가로 윤곽을 드러내면서 서울 강남권의 충격이 크다.

보유세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가뜩이나 주택거래신고제 등으로 얼어붙은 거래시장이 더욱 위축되고 가격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종필 세무사는 "시세에 따라 보유세가 정해지므로 같은 크기지만 세금은 상대적으로 적은 강남.목동.분당 등의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며 "강북지역과 수도권 외곽 등은 세금이 비슷하거나 다소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세금 부담이 커진다. 마철현 세무사는 "재건축 아파트는 크기가 작고 지은 지 오래돼 비슷한 기준시가의 일반 아파트보다 세금이 적었는데 이제 같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남구 개포동 동명공인 이병현 사장은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아 영향이 바로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누가 비싼 세금까지 안으면서 강남 아파트를 사려고 하겠느냐"며 "매수심리가 더욱 얼어붙을 것"이라고 전했다.

신한은행 고준석 부동산재테크팀장은 "거주비용이 늘어나 들어와 살려는 실수요자 가운데 경제적 능력이 부치는 경우는 전입을 포기할 테고 집값 상승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투자 수요도 감소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지역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실제 거주는 다른 곳에 하면서 전세 끼고 집을 한채 사놓은 사람 중에도 집값은 오를 기미가 없고 세금은 자꾸 늘어 매도를 고민하게 될 것"고 말했다.

특히 내년 중 시행 예정인 주택.토지 과다 보유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3주택자 양도세 중과, 실거래가 신고에 따른 취득.등록세 대폭 상승 등에다 보유세 합산과세까지 겹쳐 세금 부담을 피하려는 매물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은 심리적 영향에 그치겠지만 합산과세 방안 등이 구체화되면 시장은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기준시가가 없는 단독주택의 경우 합산과세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평형.층 등에 따라 시세가 통일된 아파트와 달리 단독주택 가격은 집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세무 전문가들은 행정자치부의 과세 시가 표준액(㎡당 18만원) 대신 국세청의 건물 기준시가(건물 신축가격 기준액, ㎡당 46만원)를 활용할 것으로 본다. 이렇게 되면 단독주택의 기준시가가 시세의 70~80% 수준에서 매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경부 관계자는 "과세 전에 단독주택 기준시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RE멤버스 고종완 소장은 "단독주택의 경우 시세차익이 거의 없어 투자 수요가 없는데 세 부담만 커진다면 메리트가 더 줄어든다"며 "앞으로 단독주택 기피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장원.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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