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비리 조기수사] 정치인 아들 우선 소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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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병무비리 합동수사반이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정치인의 아들을 우선적으로 조사키로 함에 따라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합수반은 이르면 17일부터 이미 합수반에 파견된 검사 2명 외에 서울지검 특수1부 소속 검사 6명 전원과 수사관 60여명을 대거 투입, 정치인 아들에 대한 소환 조사에 들어가 총선 전에 조사를 일단락짓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2월 초부터 수사를 시작한 합수반은 그동안 조심스런 행보해왔다. 반부패국민연대가 수사를 촉구한 2백10명의 혐의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증거수집에 주력하면서 눈에 띄는 활동은 자제해 왔다.

그러던 합수반이 적극적으로 수사를 하기로 한 데 대해 한 관계자는 "병무비리는 정치적인 사건이 아니다. 비정치적인 사건에는 비정치적으로 접근하겠다" 며 정치인 아들 소환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실제로는 조사가 지지부진하다는 내부 지적과 함께 병역면제 의혹 당사자들의 잇따른 민원제기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면제사유를 인증할 수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빨리 조사해 달라는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며 "지금까지 10여명의 정치인이 '나부터 조사해 시시비비를 가려달라' 고 요청했다" 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번 총선부터 후보자의 병역사항이 공개되는 마당에 수사를 총선 후로 미룰 경우 억울한 사람이 생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격미달 후보가 당선되는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는 판단도 조기 소환 조사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수사가 몰고올 폭발력을 충분히 감지하고 있는 검찰 관계자는 "관련 정치인의 정당별 분포를 확인해 줄 수 없다" 고 함구하고 있다.

검찰은 전.현직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을 압박, 수사하기에는 총선 직전인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병역기피에 대한 국민적 공분(公憤)을 등에 업고 수사에 나서면 정치인들도 강하게 반발하지 못할 것이라고 계산하고 있다. 야당 탄압이나 표적수사 등 구설수에 휘말리지 않고 병무비리 발본색원이라는 수확을 거둘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4일 오후 고위간부 긴급회의를 갖고 총선 후보자 등록마감일인 28일 이전에 혐의 사실을 발표, 관련 정치인들에게 타격을 주겠다는 일정표까지 설정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에서도 한편으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놓고 있다. 한 간부는 "아무리 의도가 좋다하더라도 중립성 시비에 휘말리기 쉽고 잘못하다가는 신뢰도에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고 말했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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