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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방·한방이 만나면 효과2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의료계에도 퓨전 바람이 부는가.

지금까지 물과 기름처럼 겉돌던 양한방이 서로의 장점을 살려 새로운 진료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어 관심을 끈다.

오는 18일 서울 역삼동에서 개원하는 예한의원과 예성형외과. 비만치료를 위해 한방의 약물 및 지방분해침과 성형외과 지방흡입술의 장점을 따 동서체형수정클리닉을 운영키로 했다.

특징적인 것은 공동진료회의. 한양방 의사가 함께 참여하는 진료회의를 통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방법을 선택한다.

한방 비만요법으로 지방세포크기를 줄이면서 수술로는 지방세포의 감소를 겨냥하는 것. 양한방 의사는 수술후에도 환자를 위해 협력한다. 성형외과에서 상처 처치를 하면 한의원에선 수술후 부종과 비만체질을 개선하는 식이다.

이러한 양한방 퓨전진료의 본산은 역시 경희대의료원이다. 불과 몇년전만 해도 협진은 형식적이었다.

환자가 원하면 이송해 주거나 양방에서 한방환자에게 CT(컴퓨터단층촬영)와 같은 진단을 붙여주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양상이 달라졌다. 양의사와 한의사가 같은 진료실에서 환자를 함께 보고 서로 의견을 나눈뒤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아준다.

병행치료도 하고, 치료과정 중에도 상호협조하며 치료효과를 높이는 것.

협진센터 소장 두호경교수는 "한번 접수로 양.한방 동시 접수, 진료기록부 동시 발부는 물론 문진에서부터 진단.검사가 동시에 이뤄지고 다양한 치료법이 제시된다" 며 "환자의 눈높이에서 협진이 이뤄지는 만큼 환자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고 말했다.

현재 이렇게 협진을 표방한 분야는 동서암클리닉을 비롯해 신장.류마티스.성.노인병.척추 등 7개과. 오는 6월에는 동서중풍센터를 여는 등 협진클리닉을 올해 안에 15개로 늘릴 예정이다.

협진에 불을 붙인 것은 이 병원 신장내과. 양방 소아과 조병수교수와 한방의 두호경교수가 협진한 결과 소아신증후군의 치료효과가 종전 30~70%에서 90% 이상으로 올라 간 것. 지난해 개설한 동인천길병원의 만성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협진도 주목을 받고 있다.

정형외과와 류마티스 내과, 한방 침구과 등 3명의 의사가 진료단계부터 참여, 치료효과를 높이는 것은 물론 환자의 불편을 크게 줄이고 있다.

이 병원 정형외과 이수찬교수는 "약물중심의 류마티스 내과는 효과적인 수술시기를, 정형외과는 내과적인 치료를 간과한 채 섣부른 수술을 시도할 수 있다" 며 "한방과의 협진 뿐 아니라 양방에서도 협진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고 말했다.

국립의료원의 경우엔 입원환자에 대해 협진을 한다.

한방병원엔 양의사가, 양방병원엔 한의사가 회진을 돌며 담당의사와 협의, 좀더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시하고, 필요한 처방을 내린다.

포천중문의대는 아예 의과대학 교과목에 한의학개론과 본초강목.침구학 등 한방의 기초과목을 포함시켜 의대생들을 교육하고 있다.

현재 분당차병원 등 계열병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양한방 협진을 좀더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미래지향적인 포석이다.

이러한 양한방 협진은 환자쪽에서 보면 가장 바람직한 진료형태. 그러나 이상적인 의료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넘어야 될 산도 많다.

보건복지부 한방제도과 김용호과장은 "양.한방 동시 진료는 의료사고시 책임이나 의료비 등 법적인 문제, 그리고 용어의 통일, 다른 학문에 대한 이해 부족 등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 며 "아직은 상호 부족한 부분에 대한 보완과 보충의 개념에서 이해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고종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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