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순간포착…', 50년간 상복입은 사연 소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자식은 죄인이란 생각에서 산소 곁에 초막을 짓고 상복을 입은 채 3년상을 치렀던 것이 우리네 조상들의 풍습 이었다.

하지만 인터넷과 핸드폰의 시대에도 그런 게 가능할까. 16일 저녁 7시15분에 방송하는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는 무려 50년 가까이 상복 차림으로 살아온 충남 금산의 신성현(88)할아버지를 소개한다.

신성현 할아버지는 6.25가 나기 전 고향마을에 공산당이 들어오자 이를 피해 혼자 38선 이남으로 내려온 실향민. 고향을 떠난 이듬해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상복을 입었지만 '부모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탓에 아직까지 상복을 벗지 않고 상중인 채로 있다는 것이 주변에 알려진 사연이다.

할아버지는 심지어 딸의 결혼식날도 흰 무명 한복에 굴건 차림을 고집했을 정도. 당연히 할아버지 본인을 인터뷰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연출을 맡은 윤영휘 PD는 주변 취재를 거친 뒤 할아버지를 찾아가 큰절부터 하고 무릎을 꿇은 채 '각박한 세상에 사람사는 도리를 소개하고 싶다' 고 간곡하게 프로그램 취지를 설명했다.

어렵사리 방송 동의를 얻어냈지만 할아버지는 '죄인' 임을 강조할 뿐 '죄인된 사연' 에 대해서는 끝내 말을 아꼈다는 후문이다.

이후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