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따라 표간다"…4당 쟁점전담기구 설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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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총선 득표전략은 '민심(民心)의 관리' 다. 여론 돌아가는 상황을 적기(適機)에 포착, 이를 정책.연설.기자간담회에 선점(先占).반영해 표를 낚는 것이다. 여야 정당과 후보들은 민심관리를 전담하는 기구와 기법(技法)을 개발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 '민심의 흐름을 선점하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유세 때마다 공천파동을 거론한다.

공천의 개혁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꺼내는 얘기지만 당이 홍역을 앓은 점에 대해선 "부덕의 소치" 라며 고개를 숙인다.

李총재가 자기책임론을 강조하는 것은 공천파동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강하다는 판단 때문. 자체 여론조사에서 공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겸허한 자성' 을 요구하는 대답이 전체의 60%를 넘었다는 것. 이에 따라 참모들은 李총재에게 "진솔한 책임인정이 필요하다" 는 건의를 했고, 李총재는 받아들였다.

민주당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에 대한 '공세적 홍보' 에 열심이다.

한나라당이 "남북문제의 상호주의를 포기한 것" 이라고 깎아내리자 민주당은 "남북간 화해와 협력을 진정으로 추구한 정당은 민주당, 긴장과 대립을 증폭시키는 당은 한나라당" 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이 공격적으로 나오는 까닭도 여론조사 때문이다.

청와대와 민주당의 자체조사 결과 베를린 선언은 '잘한 일' 이라는 응답이 많았다는 것. "수도권의 지식.젊은 층에서 환영하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에 북한 반응 검토 뒤 이슈로 삼으려던 방침을 바꿔 홍보 전 메뉴로 넣었다" 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자민련은 '앞으로 JP가 어떻게 될 것이냐' 는 충청권 밑바닥 민심의 관심사를 놓고 고민했다. 결국 '총선후 내각제 정계개편' 이란 화두를 던졌다.

◇ 민심관리 기법.기구〓여야 4당이 비슷하다.

이들에게 신문과 방송뉴스는 여론파악을 위한 1차 자료다. 각 지구당과 시.도지부에서 올라오는 지방동향보고도 중요하며, 민원실에 접수되는 각종 민원과 전화여론도 중요한 참고가 된다. 주요 이슈에 대해선 각당이 직접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조간신문 가판과 방송사 저녁뉴스 분석에 상당히 신경을 쓴다. 이게 끝나면 오후 10시쯤 대변인실.기조국.홍보국 관계자등이 참여하는 기획단회의 등을 갖고 다음날 아침 주요당직자회의 또는 선거대책위 간부회의 등에 올라갈 자료를 만든다.

당직자회의에선 이를 바탕으로 주요 이슈에 대한 당의 입장을 결정한다. 대변인단의 논평도 실무진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는 경우가 많다. 13일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선거대책본부장이 '관권개입' 문제를 지적한 것은 언론과 여론의 관심사를 즉각 차용한 것이다.

이상일.이수호.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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