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퍼스트레이디 후보들, 내조 대결 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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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국 대선전이 민주당의 앨 고어 부통령과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간의 대결로 압축되면서 차기 퍼스트 레이디 후보간의 내조대결도 치열하다.

특히 역대 퍼스트레이디 가운데 가장 강력한 이미지를 심어준 빌 클린턴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에 이은 차기 백악관 안주인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거리다.

고어 부통령의 부인 티퍼 고어(52)는 남편이 갖지 못한 소탈함과 친근함을 갖고 있다는 게 미 언론들의 평가다.

귀족적 이미지의 남편과 달리 슬럼가에서도 식사를 하고 사람들과 거리낌없이 어울려 유권자들의 호감을 사고 있다.

1993년 고어가 부통령이 되면서부터는 소외계층의 가정과 교육을 위해 매진했지만 퍼스트 레이디인 힐러리의 그늘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대학에서 전공한 심리학 분야에 상당한 식견을 갖고 있어 클린턴 대통령의 정신건강 정책에 상당한 조언을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버지니아주 앨링턴에서 태어나 동부 명문인 보스턴대를 졸업했다. 티퍼는 70년 고교 졸업 파티에서 동갑인 고어를 처음 만나 4년간의 열애끝에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결혼했다. 현재 네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부시 지사의 부인 로라 부시(53)는 텍사스주 토박이다. 깔끔한 옷차림과 늘 웃음을 머금은 세련된 매너를 갖췄다. 텍사스대를 졸업한 뒤 초등학교 교사와 도서관 사서로 일했다. 77년 사서로 일할 때 우연히 도서관에 들른 부시를 만나 3개월만에 결혼에 골인했다.

미 언론들은 두 사람의 결혼을 두고 즉흥적인 부시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입방아를 찧기도 했다.

로라는 텍사스주의 도서관 정보화를 추진하고 문맹자들을 위한 교육을 주도해 남편인 부시 지사 못지 않은 정치력을 가졌다는 평을 들었다.

부시의 선거자금 모금에도 상당한 수완을 발휘했으며 유세기간 중에는 대중앞에 나서 지지연설을 마다하지 않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바버라와 제인이라는 쌍둥이 딸이 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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