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코노미스트 2010 전망] 중국, 일본 제치고 제2 경제대국 떠올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내년도 지구촌 경제는 침체에서 벗어난다. 그러나 콧노래가 나올 만큼 신이 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과 함께 ‘없어서는 안 될 (indispensable)’ 나라로 부상한 중국이 관대한 강대국으로 판명될지, 아니면 골치 아픈 강대국이 될지도 관심거리다. 영국의 경제·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010년의 세계(The World in 2010·사진)’라는 제목으로 최근 웹사이트에 올린 내년도 전망을 정리했다.

경제 전망
인도, 공업이 농업 앞지르는 대전환

올해 세계 경제는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1% 이상 하락했다. 세계 경제가 실질적으로 뒷걸음질 친 건 1945년 이래 처음이다. 하반기 들어 주요 국가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자 V자형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는 점진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선진국들은 경기 회복을 위해 멀고 힘든 길을 가야 할 것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내년에도 주머니를 열지 않을 것이다. 가계부는 적자고 실업은 계속 늘고 있다.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에서만 25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다. 실업률 10%가 일상적인 수준이 될 것이다.

유럽은 개인 채무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나 은행들은 불안해 보인다. 일본은 경기 회복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정책 입안자들은 복잡한 퍼즐을 풀어야 한다. 디플레이션과 싸우며 인플레이션의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경기 부양책을 시행하면서도 정부 부채는 줄여야 한다. 이 모든 문제가 순조롭게 풀린다면 V자형에 가까운 회복이 가능하겠지만, 실패하면 이내 경기는 W자를 그릴 것이다.

거대 신흥 시장은 내년에도 활기를 띠며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끌 것이다. 중국과 인도는 금융위기 와중에도 약진했다. 현재 세계 3위 경제인 중국은 급속한 경제 성장에 힘입어 내년에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로 부상할 전망이다. 인도는 역사상 처음으로 농업보다 공업 비중이 커지게 될 것이다.


김한별 기자

중동·북핵
미국, 북한 등 핵 통제 못해 좌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주창한 ‘핵 없는 세계’ 비전은 북한과 이란이 자국의 핵 프로그램을 지금처럼 유지하는 한 백일몽에 그칠 전망이다. 내년 5월에 열리는 핵확산방지조약(NPT) 검토 회의에는 189개국이 모여 제재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 1993년 NPT 탈퇴를 선언한 북한은 이번에도 복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러시아는 91년 체결해 다음 달 5일 효력이 만료되는 전략무기감축협상 START-1을 대신할 새 조약을 만들 것이다. 이를 통해 미·러 양국은 전략 핵무기를 상당히 감축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또 북한과 이란 핵 문제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할 것이다.

미국은 NPT 검토 회의에서 나머지 공식 핵보유국인 영국·프랑스·중국에도 핵무기 감축 압력을 가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과 프랑스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부닥칠 것이다. 또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알려진 이스라엘·인도·파키스탄·북한을 통제할 방법을 찾지 못해 좌절할 것이다.

2010년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연합군에는 ‘잔인한 해’가 될 전망이다. 부정 시비로 얼룩진 올해 아프간 대선의 여파로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이 속한 파슈툰족과 경쟁자 압둘라 후보의 타지크족 간 종족 분쟁이 심화될 것이다. 내정이 불안정한 틈을 타 남부와 동부 지역에서 세력을 되찾아 가고 있는 탈레반도 연합군에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다.

이에스더 기자

국제 관계
정치통합한 EU, 미·중과 G3 야심

G2로 상징되는 미국과 중국의 행보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지만 분위기는 무르익지 않았다. 현재 국제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경제위기, 지구온난화 등 각종 난제들은 G8 체제로 해결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중국이 빠진 탓이다. 그러나 중국이 G2 체제에 부담을 가지며 미국도 중국보다는 유럽연합(EU)이나 일본 등 경제적으로 부유한 민주주의 국가와의 협력에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

양국 간 경제 및 군사적 격차도 걸림돌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 달 리스본 조약의 발효를 앞둔 EU는 미국·중국과 함께 G3로 거듭나길 희망한다. 하지만 2010년에는 신흥 경제 대국이 포함된 G20이 국제무대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경제가 회복세로 들어서며 자원과 에너지 강국인 러시아의 행보도 주목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G20이 너무 많은 참가국으로 인해 ‘미니 유엔’처럼 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적잖은 전문가들이 G20 참가국의 숫자를 줄여 G13 체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G13은 기존의 G8에다 중국·인도·남아공·브라질·멕시코 등 5개국을 합친 것이다.

이란의 핵 개발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미국과 서방 국가도 이란 핵 개발과 관련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스라엘의 인내심이 어디까지 발휘될지가 관심사다. 

하현옥 기자

과학·기타
신종 플루, 두 차례 고비 있을 듯

신종 플루는 내년에 두 차례 고비가 찾아올 전망이다. 올해 급속도로 퍼진 신종 플루는 21세기 첫 대유행(pandemic) 전염병으로 기록됐으나 심각한 증상을 보인 환자는 전체적으로 많지 않았다. 그러나 내년 초에 신규 감염자가 최고조에 도달할 것이다. 이후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다 과거의 독감들처럼 곧이어 두 번째 대유행이 찾아올 것이다. 이때는 더 많은 치료 인원과 장비가 들게 된다.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백신 역시 수십억 회 접종분이 부족할 것이다. 그럼에도 선진국들은 자국민을 보호할 여건을 갖춰 놓을 전망이다. 기본 의료 서비스와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은 개발도상국에서 대규모 사망자가 나올 확률이 높다.

내년에는 또 환경 분야 일자리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HSBC은행은 세계적으로 환경 개발 산업인 ‘그린 뉴딜’에 5000억 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20%는 2009년 말에, 나머지가 2010년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상대적으로 많은 예산이 들어갈 한국·중국·일본이 그린뉴딜의 각축장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0년은 새로운 자원분쟁 시대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러시아와 캐나다는 북극해 자원을 놓고, 수단에서는 식수를 위해 대규모 분쟁이 일어날 것 같다. 인터넷 유료화가 급물살을 타면서 미국에서는 모든 인터넷 기사가 유료로 바뀔 수도 있다.

김민상·이승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