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이 일왕에 절했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41호 30면

매일 아침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보면 세상이 이상해지는 것 같다.
13일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난 기사다. 미국 정부가 아직 사용되지 않거나 금융권에서 상환된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 자금을 활용해 재정적자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TARP 자금 7000억 달러 가운데 2100억 달러를 남겨 재정적자를 줄이는 데 쓴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정도 돈으로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힘들다. 의회예산국의 추정에 따르면 내년 재정적자는 1조4000억 달러에 이를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온 예산 계획만으로도 미국은 파산 위험에 처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보험 개혁에 들어가는 비용은 계산을 안 했는데도 그렇다.

오바마 대통령도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는 아시아로 눈을 돌렸다. 무역 불균형을 해소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덜 저축하고, 미국은 더 많이 저축할 필요가 있다는 게 미 정부의 입장이다.

오바마 정부는 수출 증대로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늘리려고 한다. 그렇게 하려면 중국이 더 많이 소비해야 한다. 무역 적자 감소를 통해 재정 적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달 초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경제자문회복위원회에서 ‘거품 시대 이후의 새로운 성장모델’을 제시했다. 그 모델은 철저히 수출 증대에 초점을 맞췄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주 토요일 일본 도쿄를 방문해 아키히토(明仁) 일왕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이것이 논란이 됐다. 그런데 이것은 어찌 보면 미국과 아시아의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제스처다. 이에 대해 뉴욕 타임스는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이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며 허세를 부리던 때와는 딴판이다”고 평가했다.

현재 중국은 미국의 최대 채권국이다. 9월 말 현재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7989억 달러(약 925조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중국에 무작정 위안화를 절상하라고 압박하기는 힘들 것이다.

중국은 아마 위안화를 절상하는 대신 통화 공급을 늘릴 것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돈을 찍어내 위안화 가치를 떨어트릴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의 총 통화량(M2)이 30% 가까이 늘어나면서 인플레이션과 자산 버블 위협은 어느 때보다도 커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실업 대책과 관련해서다. 오바마 정부는 올해 7870억 달러를 쏟아부은 경기 부양책 덕분에 64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별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보스턴 글로브지에 따르면, 64만 개 일자리라는 숫자는 지나치게 과장된 수치다. 오류가 너무 많고 데이터를 빠뜨리기도 했으며 추정치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자리 대책 마련을 위해 다음 달 백악관에서 ‘일자리 창출 대표회의’를 연다고 한다. 이 대표회의에는 최고경영자(CEO)와 중소업체 대표, 경제학자, 금융전문가, 노조 대표, 비영리 단체 이사 등이 참석할 계획이다. 그렇지만 이런 회의를 연다고 해서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차라리 도로를 파헤치고 다시 까는 편이 일자리 창출에는 더 나은 대책일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