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용 동물과학서 잇따라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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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흔히 동물을 인간의 친구라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개 등 몇몇 애완동물을 제외하고는 무서워하거나 멀리한다. 일부 생태학적인 특징들은 교과서를 통해 배워나가지만 동물의 본모습, 즉 인간처럼 욕구와 감정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배울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아 동물과 친해질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어른들의 무지를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면 여러 동물의 삶을 이해할 기회를 제공해주는 책을 읽게 하면 어떨까. 최근 어린이용 동물과학서가 잇따라 출간돼 관심을 모은다.

그 하나가 동물 문학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어니스트 톰슨 시튼(1860~1946)의 '시튼 동물기1~5' (논장.각권 6천원)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축약본.만화판 등 국내에서만 이미 같은 이름으로 40편 이상이 나와 있지만, 이번에 소개되는 책은 시튼의 대표작인 '내가 알던 야생 동물들' 과 '동물 영웅들' '회색곰 왑의 일생' 등 세 권을 완역해 의미가 있다.

제목이 딱딱한 '동물기' 일뿐 다섯권에 실린 17개의 에피소드들은 한 편 한 편이 모두 사랑과 우정이 담긴 아름다운 동화요, 또 신나는 어드벤쳐다. 동물학자이기 이전에 이미 화가로 명성을 날렸던 시튼 자신이 그린 생생한 삽화들은 생동감을 더해주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시튼이 다른 어떤 동물보다 늑대에 관해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시튼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커럼포의 늑대 왕 로보' 를 비롯해 '소년을 사랑한 늑대' 등 늑대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사냥꾼이 놓은 독약이나 덫에 절대 잡히지 않는 교활함과 재미삼아 양 2백50마리를 죽일만큼 잔인함을 갖춘 존재들이다. 하지만 시튼은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한 늑대를 공포스런 존재 이상으로 묘사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로보' 도 그의 연인인 블랑카의 죽음 앞에서는 이성을 잃고 날뛰다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으며, 인간을 물어뜯는 잔인한 위니펙의 늑대 '울피' 도 옛 주인 지미의 정을 생각해 어린이들은 건드리지 않았다.

시튼의 에피소드들은 '이것이 과연 실제 이야기일까' 하는 의문을 품게 만들만큼 환상적이고 동화적인 요소가 많다.

하지만 책 속의 모든 주인공이 실제 존재했던 동물들이며 시튼은 자신이 관찰한 이들의 삶 그대로를 꾸미지 않고 적었다.

접근방식은 전혀 다르지만 역시 어린이들에게 동물의 신비로운 삶을 깨우쳐주는 것은 '고래는 왜 바다로 갔을까' (과학아이 지음·창작과비평사·8천5백원)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한 '시튼 동물기' 가 시튼 자신의 철저한 관찰과 경험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이 책은 데이빗 아텐보로의 '생명의 신비' 등 여러 책에서 취합한 고래에 관한 모든 정보를 화려한 일러스트와 함께 담고 있다.

석기시대 암각화에 그려진 고래의 모습이나 고래에 관한 전설부터 이야기를 풀어내 어린이들이 고래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한 다음 고래에 관한 정보를 주는 식이다.

고래는 어류가 아닌 포유류라는 기본적인 사항에서부터 6천5백만년전 지중해에 살던 네발짐승 메소닉스가 1천만년의 진화를 거쳐 오늘날의 고래가 됐다는 것, 입주위에 시커먼 진흙을 묻힌채 바다 위로 불쑥 튀어 오르는 것이 귀신고래며, 물을 뿜는 이유는 숨을 쉬려고 수증기를 내뿜는 것이라는 심층적인 내용까지 들어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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