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4龍 인생역정] 조지 W 부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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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000년 미국 대선을 8개월 앞둔 현재 민주.공화 양당의 대선주자 4룡(龍)의 다툼이 치열하다. 특히 공화당에선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다.

승승장구하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애리조나)이 지난달 29일 버지니아.워싱턴주 예비선거와 노스다코다주 당원대회(코커스)에서 조지 W 부시 주지사(텍사스)에게 일격을 당했다.

부시는 이날 3개주에서의 쾌승으로 재역전에 성공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앨 고어 부통령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급부상하던 빌 브래들리 전 상원의원이 맥을 못추는 상황이다. 그러나 브래들리는 예비선거가 몰려 있는 7일과 14일 '슈퍼 화요일' 에 대비, 재기의 발판을 다지고 있다. 이들 4룡에겐 각자 특유의 인생의 굴곡과 전환점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술주정뱅이 생활을 청산했거나(부시), 강인한 어머니와 정치선배 아버지로부터 삶의 지혜를 배웠고(브래들리와 고어), 전쟁포로라는 암울했던 시기를 성공드라마의 바탕으로 삼았다(매케인). 4룡의 인생역정을 살펴본다.

1986년 7월 28일 아침, 조지 W 부시는 쓰린 속을 달래며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는 느닷없이 전날밤 마흔번째 생일잔치에서 마신 버번냄새가 가시기도 전에 주위 사람들에게 금주를 선언했다.

이날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단지 알콜 중독자라는 수식어를 떼어버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마흔이 되도록 변변하게 이룩해 놓은 것이 없던 그가 이때부터 최고 권력자의 위치를 넘보는 인물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그는 명문고교인 필립스 엔도버를 거쳐 예일대를 졸업했지만 아버지가 다닌 학교라는 이유로 입학이 허락됐을 뿐이었다. 20세에 결혼, 일가를 이룬 아버지와 달리 '20세에 파혼도 경험했다.

아버지는 2차세계대전의 전쟁영웅이었지만 그는 훈련만 받다가 베트남전에 참가도 못했다. 로스쿨 시험에 낙방, 술과 연애로 세월을 보내다 역시 아버지 후광으로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간신히 마쳤다.

31세에 하원의원 선거에서 낙선해 가문의 전통에 먹칠을 하기도 했다. 운도 따르지 않아 중동의 석유수출 붐으로 원유값이 곤두박질쳤고 석유사업 시작 10년도 채 안돼 3백만달러의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하지만 40세부터의 새 출발은 눈부시다. 당장 회사를 거대 석유회사 하켄에 넘기며 30만달러 상당의 주식과 이사직만을 얻었다. 88년엔 아버지의 대선캠프에 참가, 연설원고 등을 작성하며 정가에 발을 디뎠다. 이듬해 그는 ' "창조적인 일을 해보겠다" 며 '파산 직전의 텍사스 레인저스 프로야구단을 인수했다.

야구단의 성적상승에 따라 텍사스의 인기인으로 급부상했다. 급기야 94년 텍사스 주지사에 올랐다. 물론 그의 성공에는 '부친의 영향력' 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그러나 아버지 부시는 "내 아들은 내가 부족한 것을 갖고 있다" 고 평가한다. 그러나 아버지 부시는 "내 아들은 내가 부족한 것을 갖고 있다" 고 평가한다. 모친 바버라를 닮아 서민적이며 보스기질이 있다는 것이다.

그의 동창들도 "공부는 못했지만 사람 모으는 재주는 탁월했다" 고 말한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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