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가뭄… 영남이 목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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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안동 등 경북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올들어 영남지역에 겨울가뭄이 확산되고 있다. 안동 등지는 식수난을 겪고 있고 창녕에선 보리 등 밭작물이 시들고 있다.

◇ 경북지역〓26일 오후 2시 경북 안동시 일직면 명진리 마을. 1.3t짜리 소방서 급수차가 열흘째 마을에 물을 실어왔다. 주민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큰 고무통 등으로 물을 긷기에 바빴다. 생활용수가 모자라 안동소방서는 이날 명진리에 오후 4시까지 두차례 급수를 지원했다.

주민 金모(52)씨는 "겨울가뭄으로 먹을 물이 모자라 웬만한 빨래는 미루고 있다" 며 "하루 빨리 비가 와야 한다" 고 걱정이었다.

올 들어 10㎜ 안팎의 비가 내린 안동지역은 가뭄피해가 가장 심해 지난달 말부터 ▶도산면 태자리(33세대)▶서후면 이개리(14세대)▶일직면 명진리(40세대)등 7곳이 가뭄으로 지하수가 메말라 1백20여세대 3백여명이 20여일째 식수난을 겪고 있다.

또 강수량이 10㎜인 의성군 안계면 안정2리(8세대)와 영양군 석보면 지경리(30세대) 등지도 주민 60여세대가 소방차가 실어다주는 식수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11월 이후 지금까지 경북지역 강우량은 60㎜ 안팎으로 예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특히 안동.영주.청송.영양.의성 등 7개 시군은 올들어 내린 비가 평균 20㎜로 예년보다 50~70㎜ 이상이 부족한 실정이다.

안동시 관계자는 "이 지역은 당분간 눈이 내리지 않을 것으로 예보됐다" 며 "앞으로 마늘과 양파 등 밭작물 피해도 예상된다" 고 말했다.

◇ 울산.경남지역〓지난 15일부터 건조주의보가 내려졌다. 울산기상대는 지난해 12월 이후 내린 강수량이 24.1㎜로 예년의 4분의 1에 그쳤다고 27일 밝혔다.

이 때문에 울산지역 상수원인 회야댐 수위가 26.9m(만수위 31.8m)로 낮아져 울산상수도사업소가 낙동강 물을 하루 20만t씩 끌어다 쓰고 있다.

울주군은 급수차를 이용해 가로수에 물을 주고 있다.

경남지역도 1~2월중 강우량이 17.3㎜로 평년 평균(강우량 97.2㎜)의 18%에 그쳐 보리.양파.마늘 등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다.

창녕지역 마늘.양파밭은 지난달 말부터 잎이 시들고 있다. 농민들은 "물을 대려고 해도 댈 물이 없다" 며 안타까워 하고 있다. 창녕군은 겨울 가뭄으로 이들 농산물의 수확량이 10% 이상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논 20마지기에 보리를 심은 김태홍(42.창녕군 고암면)씨는 "보리 절반 이상이 말라 죽어 밭이 허옇다" 며 한숨지었다.

허상천.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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