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휴대폰 규제 서두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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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올 하반기부터 자동차 운행 중 휴대폰 사용을 규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잘 한 일이다. 우리의 휴대폰 보급 속도는 가위 폭발적이다.

가입자가 2천4백만명대를 웃돌고 인구 대비 보급률은 세계 6위다. 이제 휴대폰은 정보화 사회를 앞당기고 업무 효율을 높이는 등 순(順)기능 못지 않게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음식점.버스 등 공공장소에서의 고성(高聲) 통화나 음악회의 벨 소리는 약과고, 기기 작동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병원 응급실이나 비행기에서도 예사로 휴대폰을 꺼내든다. 특히 습관적인 운전 중 휴대폰 통화는 운전자 자신은 물론 타인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

최근 조사 결과 운전 중 휴대폰 사용은 혈중 알콜농도 0.1%의 음주운전만큼이나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면 면허취소감이다.

운전 중 휴대폰을 사용할 경우 엔진과 브레이크가 오작동해 사고가 날 위험이 있다는 등의 보고서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 지난해 11월 운전 중 휴대폰 사용을 금지한 결과 사고가 4분의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 이런 사실을 방증한다.

때문에 미국.싱가포르.일본.유럽 등 많은 나라에서는 이를 금지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들도 설명서에 경고문을 넣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벌금은 기본이고, 비행기 내 사용 땐 징역형에 처하기로 한 곳도 있다.

우리도 운전 중 휴대폰 사용에 대한 규제를 가능한 한 서둘러 도입하는 한편 강력한 단속에 나서야 한다. 단 시비의 소지가 생기지 않도록 어느 정도까지를 '운행 중' 으로 볼 것인지, 핸즈프리 기능을 갖춘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정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운전자에 대한 의식교육도 병행해야 한다. 휴대폰 제조.서비스 업체들도 가입자 늘리기에 열 올리거나 법 제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대신 '건전 휴대폰 문화' 정착을 위한 공동 캠페인에 나서야 한다. 손해보험 업체들도 이에 동참하면 교통사고와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차제에 식당.지하철.버스 등 공공장소에서의 휴대폰 사용을 자제시킬 수 있는 대책도 함께 나왔으면 하는 게 많은 이들의 바람이다.

물론 휴대폰이 생활필수품화한 지금 법적 규제는 어렵겠지만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행위는 어떤 형태로든 자제해야 한다. 도덕적 자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때는 응급실이나 지하철 내에서의 사용을 법으로 금지할 수밖에 없다.

도쿄(東京)에서는 3월부터 지하철.버스 안에서 휴대폰 사용을 금지키로 했다. 우리도 극도로 낙후한 휴대폰 문화를 바로잡는데 정부.기업.국민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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