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 "한국 보신문화 미워"…정력제로 남용우려 규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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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몸에 좋다면 굼벵이도 명약(名藥)으로 대접받는 한국의 보신(補身)문화 때문에 외국기업들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를 생산하는 한국화이자는 왜곡된 한국 보신문화의 유탄을 맞았다며 어려움을 호소한다.

비아그라가 치료제인데도 국내에서 정력제로 오인되는 바람에 한국정부가 다른 나라보다 비아그라 유통을 훨씬 까다롭게 규제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이 회사는 비아그라를 구입할 때 의사의 처방전을 따로 받아 제시해야 하는 등 엄격한 판매규제로 판매가 신통치 않자 약국들로부터 '반품 공세' 에 시달려야 했다.

한국화이자 관계자는 "현재 생산되는 제품 중 1백㎎짜리는 정부의 판매금지로 유통이 안돼 매출감소는 물론 고단위 처방이 필요한 환자들도 암시장에서 구입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고 밝혔다.

한국화이자는 특히 암시장에서 유통되는 비아그라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90% 이상이 미국 LA지역에서 반입되는 가짜로 판명됐으나 정부 당국의 단속마저 미온하다고 원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는 "비아그라가 국내에서는 정력제나 보신제로 유통될 만큼 인식이 잘못돼 있어 1백㎎ 판매허가 등 유통체제를 보다 완화하는 조치는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 고 설명했다.

반대로 뉴질랜드 양록위원회는 보약을 좋아하는 한국인들 덕분에 버려지다시피 한 녹용으로 한국시장은 물론 세계시장을 개척하는 행운을 잡았다.

뉴질랜드 양록위원회가 한국에 판매하는 녹용은 연간 1백여t(미화 2천5백만달러)나 된다.

지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이후 수출물량이 85t으로 급감했으나 지난해 상반기 수출액이 98년 한해 실적과 맞먹을 정도로 늘어난데 이어 계속 '순풍' 을 타고 있다.

이 위원회는 중국에 이어 미국.유럽에도 수출하는 등 시장확대에도 성공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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