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지자체 치적사업' 눈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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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재원 마련 대책도 없이 저마다 대형사업을 벌여놓고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상급기관에 손을 내미는 등 각종 부작용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이들 사업중 일부는 오는 4.13 총선에서 특정 후보를 밀어주기 위한 '정치적 사업' 이거나, 차기 단체장 선거 등을 염두에 둔 '생색용' 이 아니냐는 지적마저 일고 있다.

김혁규(金爀珪)경남지사는 지난 22일 오후 창원시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공민배(孔民培)시장으로부터 창원공단내 도로 2천1백억원, 창원시~마금산온천간 도로 3천7백억원, 북면지개리~외감리간 군도(8호)20억원 등 5천여억원의 지원을 요구받았다.

또 이날 오전 밀양시 이상조(李相兆)시장으로부터 내이(內二)남북순환도로 10억원, 유림교 확장 68억원, 종합체육관 14억원 등이 모자란다며 모두 도비로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李시장은 또 1천5백억원 규모의 내일동 암새동유원지(22만평)의 개발을 맡을 민간사업자 유치를 도와달라는 요구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경남도 관계자는 "IMF사태이후 대부분 자치단체들이 민자유치사업을 포기했는데 밀양시는 뭘 믿고 새로운 사업을 벌이려는지 모르겠다" 는 등 냉담한 반응이다.

대전의 이헌구(李憲求)서구청장도 지난 14일 홍선기(洪善基)대전시장이 방문하자 구청사 신축비 50억원등 총 7개 사업에 걸쳐 1백64억원을 지원해 주도록 요청했다.

1998년 착공한 구청사 신축사업의 경우 아직까지 총 사업비 3백69억원의 45%인 1백66억원밖에 확보되지 않은 실정이다.

영암군은 전남도에서 기본계획 용역단계에 머물고 있는 '생명산업종합연구단지' 사업을 유치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역시 재정능력상 무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영암군은 최근 이 사업에 5백억원을 투입,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완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충남 당진군은 2003년 준공 예정으로 지난 93년부터 고대면 진관리5만8백여평의 터에 종합경기장.다목적체육관등을 갖춘 군민광장을 조성중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확보된 예산은 국비 4억8천만원, 군비 29억2천만원등 총 소요사업비 2백39억원의 14%에 불과하다.

이와관련, 행정자치부는 지난 18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공문을 보내 "앞으로 지자체가 추진하는 신규사업은 소규모 위주로 하되 경제적 파급효과와 사업의 타당성을 정밀 분석, 시행착오와 예산낭비가 없도록 하라" 고 지시했다.

김상진.구두훈.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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