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종업식을 가진 충북 청주의 일신여고 2학년 9반 학생들은 이날 서운함 보다는 뿌듯함으로 2학년을 마쳤다.
지난 1년 동안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나눠가졌기 때문이다. 종업식날이면 으레 반편성으로 뿔뿔이 헤어지게 돼 서운함이 가득하게 마련이지만 이들은 덕분에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44명 모두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이 비디오는 지난해 봄 학교 앞 벚꽃터널에서의 벚꽃놀이를 비롯해 체육대회, 체력검정, 화양동 야영학습, 공사 견학, 가을소풍 등이 1백20분물로 압축, 편집돼 있다.
가장 눈길끄는 장면은 체육대회 날 담임 권태봉(權泰鳳.39.국어)교사가 맨손으로 버무려준 쌈밥을 서로 먹여주며 사제간의 벽을 허문 일.
학생 김지미(金芝美)양은 "사진보다 생생한 모습들이 그대로 담겨 있어 먼훗날 정말 멋진 추억이 될 것 같다" 며 좋아했다.
權교사가 자기반 학생들의 추억을 비디오에 담기 시작한 것은 1997년 6월 삼성그룹의 이건희(李健熙)회장으로부터 비디오카메라를 기증받고부터.
당시 權교사가 담임인 1학년9반 학생들은 "시집갈 때 삼성전자제품을 사는 것은 물론 청주에서 홍보사절이 될게요" 라며 기증을 부탁하는 편지를 각기 李회장 앞으로 띄웠다.
맹랑한 요구였지만 국어 말하기 교육 기자재로 비디오카메라를 쓰고자 했던 스승에게 스승의 날 선물하고 싶다는 학생들의 사연에 감동한 李회장이 8㎜카메라를 보내줬다.
權교사는 "비디오카메라로 학생들의 생활을 찍어주다보니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 교육상 권장할만 하다" 고 말했다.
청주〓안남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