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상 교수 '그림으로 보는 불교이야기'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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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아는만큼 느낀다' 는 말이 있다.유홍준교수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문에서 쓰면서 널리 알려진 말이다.보고 느끼려는 대상이 어떤 것이든 느끼기 위해선 알 필요가 있지만 '불화(佛畵)' 처럼 이 말이 들어맞는 경우도 드물 것같다.

절에 가보면 불상 뒤 법당의 벽면에서 많은 불화들을 볼 수가 있다.하지만 부처와 보살.제자와 수많은 청중들로 일견 '어지럽게' 보이는 그림들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아는 이는 극히 드물다.

따지고 보면 불화는 부처의 가르침을 쉽게 전달하자는 뜻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세월이 흐르고 불교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 예전만 못해지면서 그 뜻을 제대로 새기기가 힘들어진 게 사실이다.

이런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는 책을 불교사 전공인 정병삼 숙명여대 교수가 펴냈다.

저자는 서문에서 '늘 불화를 보아왔으면서도 그 뜻을 알지못해 이책 저책을 찾아보며 나름대로 이해하던 경험이 이 책의 단초가 됐다' 고 말하고 있다. 전공학자도 어려움을 겪었으니 일반인들이 '도량의 장식품' 이상으로 이해하고 느끼기가 버거웠던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런 점에서 정교수가 펴낸 '그림으로 보는 불교이야기' (풀빛, 1만8천원)는 훌륭한 안내서다.

기원전 2~3세기 인도에서 시작한 불화는 중국을 거쳐 한반도에는 4~5세기 들어왔을 것이라는 내력에서부터 우리 불화의 시대별 특징, 나아가 불화를 주요 종류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절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석가모니의 설법장면을 그린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라든지, 석가모니의 일생을 8개의 장면으로 나누어 그린 팔상도(八相圖), 팔만대장경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화엄경의 세계를 그린 화엄탱화(華嚴幀畵)등은 물론, 선화(禪畵)와 불교를 소재로한 일반회화까지 폭을 넓혔다.

팔상도의 경우 각 장면별로 소상한 설명을 붙임으로써 석가의 일생에 관한 그림이야기를 보는 것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특히 풍부한 국내외의 원색 불화자료를 전체로는 물론, 필요에 따라서는 주요 부분별로 나누어 보여줌으로써 독자의 이해를 돕는데도 마음을 쓰고 있다.

이 책은 또 제목에도 나와있듯 단순히 불화를 그림자체로서뿐 아니라 하나의 '불교 이야기' 로 다룸으로써 불교에 대한 일반적 이해를 돕는데도 유용하게 꾸며졌다.

박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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