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당을 보는 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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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치판이 너무 어지럽다. 특히 각 정당의 4.13 총선 후보 공천 발표 이후 정치인들 행태는 국민에게 정치불신과 정치혐오증만 키우는 심상치 않은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공천과정의 추태는 일단 접어두더라도 이어지는 추잡함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낙천자 본인으로선 속이 상하고 승복하기 어려운 대목이 적지 않겠지만 뒤늦게 악을 쓰고 법석을 피우는 것은 모양새가 안좋다.

물론 소속 정당의 결정이 부당하고 납득할 수 없으므로 유권자의 직접 심판을 받겠다고 나서는 일이야 전적으로 본인의 결심에 달려 있다. 하지만 낙천자들이 모여 신당 창당 운운하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결성이야 자유다. 그러나 여기에는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합의점이 있어야 한다.

정당에 대한 정의(定義)는 시대별.지역별로 다양하지만, '주의(主義)와 정견(政見)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그 주의와 정견에 의거한 공동의 노력으로서 일반적 이익을 증진하고자 결합한 단체' 라는 개념정리가 가장 통념적으로 수용되고 있다.

우리 정당법 제2조도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 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정강정책에 대한 대중설득도 외면한 채 오직 감정적 요인 또는 관직이나 이권분배만을 동기로 하는 정권욕에서 일시적으로 결집되어 있는 한, 당파.도당.붕당(朋黨)의 수준을 넘을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 낙천 인사들이 추진 중인 신당은 최소한의 정당 개념을 충족시킬 만한 조건을 갗췄는가.

우선 신당을 주도하는 구성원들부터 문제가 있다. 일부 억울한 측도 있겠지만 상당수 인사들은 시민단체가 퇴출대상으로 찍은 낙천운동의 표적이다.

또 기왕에 정당 결성을 추진해온 그룹과도 보조를 맞춘다고 하지만 그들이 함께 뭉칠 공통된 이념이나 노선도 찾아 보기 힘들다.

그저 '반김(反金).반이(反李)' 가 노선이라면 노선일 뿐이다. 때문에 제시하겠다는 정강.정책도 아직은 미덥지 못하다.

또 구성원 대부분이 TK.PK라는 지역정서를 최대 기반으로 삼고 있다. 망국적 지역감정이나 고조시키고 국민의 정치불신만 심화시킬 창당이 돼선 결코 안될 것이다.

국민과 정치는 선거라는 축제를 통해 서로 만난다. 국민이 정치에 강한 불신과 혐오감을 안고 있는 한 선거는 축제가 될 수 없다.

기왕 정당을 만들고 선거에서 심판을 받겠다면 홧김에 뭉치는 정당이 아니라 명분과 정책이 분명한 창당을 해야 한다.

화풀이 창당은 국민의 정치혐오증만 증폭시킬 것이다. 총선이 국가적 난제해결의 계기는커녕 혼란의 시발점이 되게 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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