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 320일 의원으로 산 사나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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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버드 민주당 상원의원이 지난 2월 워싱턴 의사당 앞에서 휠체어를 탄 채 손을 흔들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미국 현역 최고령 의원인 민주당의 로버트 버드 상원의원이 17일 자정(현지시간)을 기해 칼 헤이든(1877∼1972) 전 상원의원이 보유한 역대 최장 기간 의원 재직 기록을 갈아치웠다.

AP 등 미 언론들에 따르면 이달 20일로 92세가 되는 버드 의원은 18일을 기준으로 56년 320일 동안 계속 의원직을 유지해 헤이든의 기록(56년 319일)을 깼다. 웨스트 버지니아주가 지역구인 버드 의원은 53년 연방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해 6년간 일한 뒤 상원으로 옮겨 50년 넘게 의정활동을 해왔다. 그는 6년 임기의 상원의원 선거에서 9차례 연속 승리한 유일한 인물로, 90%가 넘는 출석률을 기록하며 상원에서만 1만8582차례의 표결에 참가했다. 그가 의원으로서 함께 국정을 논의했던 대통령만 11명에 달한다. 버드 의원은 또 의회 내 최연장자로서 조 바이든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 이어 대통령 유고시 그 자리를 승계하는 위치에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고령으로 인해 휠체어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으며, 잦은 입원으로 상원 표결에 불참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가난한 석탄 광부의 집안에서 성장한 버드 의원은 주유소와 식품점·정육점 등에서 일하다 정치에 뛰어들어 성공한 뒤 의정 활동 중 아메리칸대 법대 야간반을 졸업했다. 한때 백인우월주의를 표방한 극우단체인 KKK 단원으로 활동했으며 흑인인권운동가인 마틴 루서 킹 목사를 “민중선동가”라고 부르기도 했지만 지난해 대선 때는 버락 오바마 후보를 지지했다. 한편 버드 의원과 헤이든 전 의원에 이어 역대 3위 장기 재직 의원은 하원에서만 53년 339일 동안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는 존 딩걸(83) 의원이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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