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동구권·신흥국에선 대우 이름만으로도 통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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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장병주(64·사진·전 ㈜대우 사장) 세계경영연구회 회장은 요즘 바쁜 하루를 보낸다. 지난달 19일 공식 출범한 전직 대우그룹 임직원 모임인 세계경영연구회(www.daewoosky.com)에 한 달 만에 1500여 명의 회원이 가입하는 열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회 사무실이 있는 서울역 부근 대우재단 사무실에서 16일 장 회장을 만났다.

그는 “GE나 도요타 등 미국·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의 주인은 바뀌었지만 계속 브랜드가 남아 있는 것처럼 대우 브랜드는 살아남아야 한다”며 “지금도 동구권과 신흥국가에서는 대우라는 이름만으로도 사업성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연구회는 대우그룹에 5년 이상 근무했던 출신들이 모여 만들었다. 회원 중에는 대우그룹이 분해된 이후 사회 각계로 흩어진 과·부장급 등 40대가 가장 많다. 해외 회원만 300명이 넘는다.

장 회장은 “그간 각 분야에 퍼진 대우 출신들이 서로 네트워크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구심점이 없어 안타까워했다”며 “회원 간 친목뿐 아니라 내년부터는 지식경제부에서 추진하는 해외전문가 파견 사업에 적극 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회 이전에는 대우그룹 출신 임원 500여 명을 대상으로 했던 ‘대우인회’가 있었지만 현역 은퇴나 사망 등으로 최근 150여 명까지 줄었다. 장 회장은 “대우그룹이 실정법을 위반해 비자금 등을 조성한 것은 사법처리로 끝났고 충분히 반성했다”며 “‘세계경영’과 ‘하면 된다’는 대우정신은 앞으로도 한국 경제에 공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정부 정책에 대해 “외환위기 이후 지나치게 금융인의 손에 산업 정책이 좌우되고 있다”며 “10년·20년 후 한국을 먹여 살릴 산업에 대한 정부의 청사진이 빠진 게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불거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사업 재기에 대해선 “사면·복권은 됐지만 추징금이 남아 있어 불가능할 것”이라며 “재기라는 것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개인사업보다는 ‘국가적인 사업’이라면 적합할 듯하다”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최근에는 둘째 아들인 선용씨 사업에 조언을 하고 있다고 한다.

경기고, 서울대 공대 출신인 그는 1972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상공부에서 근무하다 79년 ㈜대우에 부장으로 합류한 뒤 사장까지 했다.

김태진 기자

◆대우그룹=1999년 8월 26일 대우중공업 등 12개 주력 계열사가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분해됐다. 당시 자산 규모 77조원으로 재계 2위였다. 10년이 흐른 지금 그룹은 해체됐지만 대우조선해양·대우건설·대우인터내셔널 등은 지금도 해당 분야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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