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 "클래식 갈증 풀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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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의전당 ‘목요일의 브런치’ 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해 로비에 모여든 주부들. [사진제공=예술의전당]

라흐마니노프의'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가 끝난 것은 오후 12시50분. 해설자가 무대로 나와 마지막 곡 라벨의 '볼레로'를 소개하려고 하자 몇몇 관객은 시계를 들여다보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앙코르곡으로 들려준 요한 슈트라우스의'천둥과 번개 폴카'가 끝나자 오후 1시25분이었다.

지난 9일 오전 11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막이 오른 '목요일의 브런치 콘서트'를 보기 위해 아침 일찍 서둘러 공연장을 찾은 주부들은 7000원짜리 브런치(빵 다섯 개와 아메리칸 커피 한잔)로 허기를 달래며 음악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저녁 시간에 공연장 나들이가 힘든 주부들은 클래식 음악회에서 사실상 '소외 계층'이나 다름없다.

평소 집안 살림하랴 학교에서 돌아온 자녀들 돌보랴 바빴던 주부들이 다소 한가한 아침 시간에 짬을 내 콘서트홀을 가득 메웠다. 마치 '주부를 위한 클래식 교실'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이날 팔려나간 티켓은 전석 1만 5000원짜리 951장. 유료 관객 1000명을 넘기면 성공한 것이라는 공연계의 불문율을 감안한다면 대단한 성과다. 그만큼 주부들이 클래식에 대한 갈증이 컸다는 얘기다.

2시간을 훨씬 넘겨 끝났지만 오랜만에 생연주로 접하는 클래식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금노상 지휘의 코리안심포니, 피아니스트 김진호, 소프라노 박미혜가 출연한 이날 공연에서 피아니스트 출신인 김용배 예술의전당 사장이 직접 해설자로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첫 공연이다 보니 아쉬운 점도 있었다. 무엇보다 공연 시간이 너무 길었다. 2시간 25분이면 저녁에도 부담스럽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스메타나의'몰다우', 그리그의'솔베이지의 노래', 시벨리우스의'핀란디아'등 악장(樂章) 구분 없는 소품에다 스토리 텔링 위주의 표제음악으로 구성한 프로그램도 '해설이 있는 청소년 음악회'와 별 차이가 없었다.

매월 한 차례로 예정된 공연을 매월 2회로 늘리는 대신 러닝 타임은 1시간 30분 이내로 줄이면 어떨까. 예술의전당 브런치 콘서트는 10월 14일, 11월 11일, 12월 9일에 계속된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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