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사 졸업식 화제] 1급 시각장애 딛고 8전9기끝 학사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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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독학사 학위수여식이 열린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문화회관 대강당. 학사모를 쓴 시각장애인 이재화(李在和.38.사진)씨가 특별상을 받기 위해 부축을 받으며 단상에 오르자 참석자들이 모두 일어나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그는 경남대 1학년 재학 시절 현대의학으로도 발병 원인.치유책을 알 수 없는 '베체트' 라는 희귀병에 걸려 관절이 붓는 등 고통을 겪다가 갑자기 실명(失明)했다.

李씨는 앞이 안보이자 "자유를 잃었다" 고 생각했다. 어둠보다 더 캄캄한 절망에 몸부림쳤다고 했다. 그를 비춰준 한가닥 빛이 라디오 방송을 통한 독학사 제도. 1991년부터 라디오를 끼고 법학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민법.상법 등 교재를 들고 안내견 '누리' 의 도움을 받아 시각장애인 도서관을 찾아 음성녹음을 부탁했다. 과목별로 녹음에만 두달이 걸렸고, 녹음이 지워지도록 들었다.

후천적 시각장애여서 손끝 감각이 무딘 李씨는 점자 인식이 느려 학위취득을 위한 종합시험에서 번번이 고배를 들었다가 이번에 통과됐다.

같은 시각장애인인 부인과 갓 돌이 된 아이를 둔 그는 "특수교육 분야를 더 공부해 맹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 고 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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